롯데·신세계 "가전유통 강화…양보는 없다"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이마트에 이어 전자랜드 인수를 놓고 맞붙는다.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8일 한국거래소에 각각 “전자랜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전자랜드는 하이마트와 리빙프라자(삼성전자) 하이프라자(LG전자)에 이은 전자제품 전문점 업계 4위로, 서울 용산점 등 전국 11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5350억원에 2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자랜드는 매각 추진 사실을 공식 부인하고 있으나 지난해부터 비공식 루트를 통해 매각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매각 절차가 재개된 하이마트 인수전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는 “오는 14일 마감되는 접수 시한에 맞춰 이마트를 통해 하이마트 인수의향서를 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도 “하이마트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인수전에 계속 참여할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인수의향서는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후보군이던 홈플러스와 GS리테일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하이마트 인수전은 사실상 두 회사의 경쟁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사가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모두 인수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한 곳을 인수할 수도 있고 두 곳을 모두 인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랜드는 의사 결정에 필요한 자산과 부채, 경영상황 등 관련 데이터를 받아보지 못했다”며 “두 건 모두 실사를 마치고 면밀히 검토한 후 인수 참여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 관계자도 “가전 유통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두 건 모두 검토하고 있으나 최종 인수 참여는 기업가치를 좀 더 따져본 다음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유통강자인 롯데와 신세계가 하이마트는 물론 전자랜드를 놓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마트의 인수 금액은 1조원대 초반, 전자랜드는 30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자랜드에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롯데다. 롯데는 하이마트 매각이 선종구 전 회장 검찰 수사건으로 답보상태에 빠지자 대안으로 삼일PwC를 인수 자문사로 선정해 전자랜드에 대한 실사를 이미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는 롯데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인수하면 가전 유통사업에서 크게 뒤처질 것을 우려해 견제 차원에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가전유통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문점 사업 확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제품 전문점 시장은 2010년 기준으로 하이마트가 점유율 35%로 1위며 리빙프라자가 20%, 하이프라자 15%, 전자랜드가 9%를 차지하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