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0평)짜리 매장에서 하루 200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어 일단은 성공적입니다.” 서울 서교동 홍대앞 상권에서 도시락전문점인 ‘본도시락’을 운영하는 양항석 사장(58·사진 왼쪽). 건설업과 토목업체를 경영하다 자영업으로 방향을 바꿔 지난달 20일 가게 문을 열었다. 양 사장은 수년간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주문량이 격감하자 자영업을 하기로 결심, 부인 김영신 씨(57·사진 오른쪽)와 함께 운영할 수 있는 업종 물색에 들어갔다.

창업자들이 맨 처음 부딪치는 문제는 아이템 선택. 양 사장이 도시락으로 결정한 데는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한 두 딸의 영향이 컸다. 미술을 전공한 딸들은 일본의 도시락 문화를 자주 접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소비자가 취향대로 다양한 메뉴를 골라 먹는 도시락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딸들은 국내 외식 트렌드가 일본시장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데다 1인 가구와 개인문화가 급속히 발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도시락 시장의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딸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창업 아이템을 도시락전문점으로 정했다. 다음은 어떤 형태로 점포를 낼 것이냐 하는 것. 자영업 점포를 내는 것은 생애 첫 경험인 만큼 개인독립점보다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내기로 했다. 브랜드를 비교 분석하다 이왕이면 저가 상품보다는 프리미엄급 상품이 나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본도시락을 선택했다.

다음 문제는 가게 입지를 어디에 잡느냐 하는 것. 매출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어서 양 사장 부부는 고민을 거듭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도 딸들이 제시했다. 홍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큰딸은 이 지역이 단순한 대학가 상권이 아니라 오피스텔, 상업시설, 학원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복합상권이라 매출이 금방 오를 것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부인 김씨도 큰딸이 중학생일 때부터 홍대앞 미술학원을 매일 드나들어 이 일대가 매우 익숙한 형편이었다.

매장을 열고 보니 인근 은행, 디자인회사, 오피스텔, 학원, 옷가게 등에서 많은 주문이 들어왔다. 먹자골목에서 배달이 되는 곳은 손꼽을 정도여서다. 어떤 사무실은 1주일치 대금을 한꺼번에 결제하고 매일 배달 주문을 하기도 한다. 이들 직장인은 가격보다는 맛과 고급스러움을 중시한다.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의 가격대는 6900~7900원.

양 사장은 “커피전문점처럼 경쟁이 치열한 아이템보다는 틈새를 파고드는 소자본 아이템을 고르는 게 초보자들에게는 바람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점포의 종업원은 5명(주방 2명, 배달 3명).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평일에 하루 180만~25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창업비는 보증금 5000만원, 권리금 1억원, 시설비 5000만원 등 모두 2억원 정도 들었다. (02)326-0034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