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불황 속에서도 일부 대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에 대한 반발을 등에 업고 ‘초과이익공유제’를 들쑤시더니 평가표 한 장을 달랑 내놓았다. 이익독점의 주인공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최고등급인 ‘우수’ 평가를 받았다. 불합격인 ‘개선’ 평가를 받은 7개사는 조선 및 건설 등 불황업종에 속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기업이다. 협력업체 의견이 주로 반영된 이번 평가에서 우수한 영업성적으로 일감을 많이 주는 대기업에 대한 선호가 드러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노키아는 삼성전자에 선두 자리를 내주었고 미래 전망도 극히 부정적이어서 신용평가등급이 투자부적격으로 강등됐다. 동반성장 평가에서 ‘우수’ 대신 ‘양호’ 평가를 받은 LG전자의 휴대폰도 여전히 위기 상황이다. 전문경영인에게 전권을 맡기기로 유명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전문경영인 대신 동생 구본준 부회장을 긴급히 차출할 만큼 2010년 상황은 급박했다. 활로 찾기에 나선 LG전자의 금년 1분기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3.4%로 작년 같은 기간 6.1%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세계 경제 동반침체 여파로 IT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문 의존도가 60% 이상인 LG그룹의 타격은 심각하다. 그러나 위기를 그룹 전체의 체질개선 기회로 삼으려는 리더십이 강력하고 화학과 생활건강 부문의 안정적 성장을 바탕으로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배터리 등 차세대 성장동력 투자도 강화되고 있다. ‘인화의 LG’로 대변되던 구본무 회장 리더십이 체질개선에 대한 초강경 드라이브로 바뀌면서 다방면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 리포트에서는 ‘LG전자 제품 정말로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노키아가 휴대폰 한 방에 휘청거리는 것과는 달리 LG는 휴대폰 위기를 그룹 전체 역량 집결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일자리 원천인 기업 일으키기에 집중하면서 법인세 인하에 매진하고 있으나 우리 정치권은 규제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를 ‘친재벌’로 거세게 몰아붙인 지난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재벌해체까지 들고 나왔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30%로 인상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민주통합당도 출자총액제한, 순환출자금지, 금산분리강화 등 복고풍 규제의 부활을 공약했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악화된 고용사정의 여파로 야권 공약은 공감을 얻지 못했고 산업도시 울산에서 완패하는 이변을 낳았다.

‘친재벌’이라는 야권 주장과는 달리 기업가 사이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는 “아는 사람이 더 한다”로 대변된다. 법인세율 인하는 시행 전에 번복됐고 우량 대기업에 대한 집중적 세무조사는 가혹한 수준이다. 최근엔 해외사업 자회사로부터 지급보증수수료를 안 받았다면서 벼락같이 세금을 부과했다. 국세부과 제척기간 5년이 경과하기 전에 서둘러 과세하기 위해 2006년도 한 해분만 우선 과세했지만 나머지도 추가될 것이 확실하다. 문제는 국내 본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보증료를 받은 것으로 인정해 국내에서 세금을 맞더라도 해외 자회사가 주재국에서 한국 국세청이 주장하는 보증료를 법인세법상 비용인 손금(損金)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 상주한 대기업 자회사들마다 국내에서 소급해 과세당한 부분에 대해 소급적 손금인정을 신청할 경우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에 대한 장기간 세무조사에 이어 지난달부터 LG전자에 대해서도 세무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와는 달리 ‘휴대폰 비극’에 빠진 LG전자는 2년 연속 순손실 상태이며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긴박한 상황이다. IT업계의 초긴장 상황은 노키아, 소니, 닌텐도, 휴렛팩커드, 인텔, 코닥 등의 몰락으로 상징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일자리도 만들고 동반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금은 새로운 세금을 발굴하는 것보다 국제시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 대기업을 도울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만우 < 고려대 경영학 교수 / 객원논설위원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