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이 15일로 발효 두 달째를 맞는다. 유통·수입업체들이 FTA 발효 전 들여온 재고를 대부분 털어내고 관세 인하분을 적용해 수입한 미국산 상품들을 판매대에 진열하는 시점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에서 판매하는 주요 미국산 식품들의 가격은 얼마나 내렸을까.

◆작황 나쁜 체리값 29% 올라

대형마트와 SSM 등 유통업체들은 지난 주말 일제히 미국산 체리 판매를 개시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체리는 대부분 미국산으로 매년 5월 중순부터 수입돼 7월 말까지 팔리는 여름 과일이다. 체리는 관세 24%가 즉시 철폐돼 가격 인하 효과가 가장 기대되는 품목이었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의 첫 판매가격은 오히려 전년 동기보다 20~30% 올랐다. 롯데마트에서 체리는 300g에 1만2800원으로 1년 전(9900원)보다 29.3% 올랐고, 이마트도 350g에 1만4900원으로 20% 오른 가격에 내놨다. 이는 현지 작황 사정과 항공 운송비 증가 탓이라는 설명이다.

정진혁 롯데마트 과일 바이어는 “미국 현지에서 개화기인 3월 일조량이 적어 수정이 잘 안되면서 수확 초기물량이 작년보다 40%가량 감소했다”며 “항공운송비가 15~20% 정도 증가하고 환율도 5% 올라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도 이런 이유로 관세가 붙기 이전 수입가격이 지난주엔 5㎏당 112달러로 작년(75달러)보다 49% 올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수확물량 증가로 가격이 떨어져 이번 주말에 전년 수준, 이달 하순에는 전년보다 8~10% 낮아질 전망이다. 이마트는 14일부터 1만2900원으로 내렸고, 17일부터는 전년 수준인 9980원에 판다. 롯데마트도 17일부터 9990원으로 내린다.

롯데슈퍼는 14일부터 체리를 전년 수준인 500g에 1만2900원에 파는 행사를 시작했다.

오렌지도 관세가 50%에서 30%로 낮아졌지만 대형마트 판매가는 현지 수확 물량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4~6% 인하되는 데 그쳤다.

◆호두 등은 이달 초 가격 내려

한·미 FTA 발효 이후에도 한동안 내리지 않던 아몬드 호두 피스타치오 등 미국 견과류 등은 지난달 말부터 가격이 떨어졌다. 과일에 비해 유통기간이 길어 재고를 소진하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이마트는 이달 초 아몬드(500g) 가격을 9900원에서 9400원으로 5.0% 내렸고, 호두(400g)는 1만1800원에서 1만400원, 피스타치오(500g)는 1만4200원에서 1만2800으로 각각 11%와 9% 인하했다. 아몬드와 피스타치오는 8%와 30%의 관세가 즉시 없어졌고, 호두는 30%에서 25%로 낮아졌다. 이종렬 이마트 견과류 바이어는 “미국 견과류는 원물로 수입해 국내에서 협력업체들이 가공해 납품한다”며 “환율과 인건비 등을 감안해 가격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포도 원액을 수입해 가공한 농심 웰치스 주스(1ℓ) 가격도 4050원에서 3700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산 소고기 주요 부위 가격은 2.7% 관세 인하에도 현지 물량 감소 등으로 5~10% 올랐고, 4.3% 관세가 내린 밀러 등 미국 맥주 가격은 변동이 없었다.

송태형/임현우/최만수/윤희은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