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탈출하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이후 유로존 연쇄 붕괴 등 다가올 '재앙'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6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5004억원 어치 보유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연중 최고 수준이며, 작년 11월 10일(5030억원)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의 본격적인 매도 공세는 이달 첫 거래일인 2일부터 시작됐다. 이날까지 매매일 기준으로 11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보이고 있고, 이 기간 동안 순매도한 규모는 2조6000억원을 뛰어넘는다.

또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1000억원 미만을 기록한 적은 이달 들어서 단 하루에 불과할 정도로 매도 강도도 높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리스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시 내 유럽계 자금부터 빠져나가고 있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파가 미국과 중국 경제로까지 번져 올 하반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다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매도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증시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이슈가 지속적으로 증시를 압박하고 있어 이제부터 유로·달러 움직임이 중요하다"며 "유로·달러와 외국인의 매도세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도 "최근 2주간 외국인 매도 배경은 유로존 재정 위기"라며 "문제가 현재 진행형인데 주식 가격이 좀 떨어졌다고 해서 멈출 것 같진 않다"고 판단했다.

만약 다음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그리스가 재정긴축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대응책이 등장하기 어려워 외국인의 위험자산 회피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