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호가가 최고 6000만원이나 떨어졌습니다. 매수세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자 마음이 다급해진 집주인들이 하루에 1000만원씩 호가를 내리고 있습니다.”(서울 개포동 정애남공인 정애남 대표)

“중개업소와 기자들 전화만 오고 있어요. 대책발표 이전에는 그래도 가끔씩 문의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마저 끊겼습니다.”(잠원동 행복공인 이상규 대표)

주택거래 진작을 위해 내놓은 정부대책이 ‘약발’은커녕 오히려 거래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된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은 발표 이전보다 떨어지고 있다. 양도소득세 비과세요건 완화 등의 세제 혜택을 받게 된 강북에서도 거래가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강남 재건축 최고 6000만원 하락

16일 강남권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재건축 아파트값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4·11 총선 이후 최고 8000만원까지 급등했던 개포동 재건축 대상 단지들이다. 대책발표 이전인 지난 7일 7억원을 웃돌았던 1단지 42㎡형은 15일 6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잠실주공5단지 가격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 단지 112㎡형 호가는 9일 10억원에서 16일 9억8000만원대로 떨어졌다. 인근 학사공인 관계자는 “매도가격만 있고,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없어 매수가격은 얘기하기도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몰려 있는 고덕·상일동에선 거래가 아예 끊길 조짐도 보인다. 서문경이 아침공인 사장은 “대책발표 전후로 호가는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았는데 거래 분위기는 오히려 가라앉았다”며 “대책 발표 전에는 시세 상승 기대감으로 몇 건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거래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중층 재건축 대상 단지가 몰려 있는 잠원동에선 취득세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가격인 9억원 미만으로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한때 11억원까지 갔던 신반포2차 전용 74㎡는 최근 8억9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강북권, “정부대책 괜히 나왔다

강북권에선 정부가 섣불리 나서 가격이 더 떨어지게 생겼다는 반응이 주로 나왔다. 이촌동 중앙드림랜드 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가만히 있었으면 빠질 만큼 빠졌다가 반등했을 것”이라며 “부동산을 사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거나 마찬가지여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공덕동 야후공인 대표도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매를 보류해 놓고 있던 이들이 실망 매물을 내놓으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은평뉴타운의 주공공인 관계자는 “평균 매물보다 수천만원 낮춘 급매물만 어쩌다 소화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취득세 인하가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침체의 주된 배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그대로 둔 것은 시장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취득세를 낮추면 많게는 수천만원의 절세 효과가 있어 실수요자들이 움직였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연구위원은 “취득세율 인하 등 실수요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했다”며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시장 상황이 되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현일/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