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한국전력의 적자를 보전하고 절전을 유도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미 전기요금을 평균 13.1% 올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조만간 인상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 반발은 거세다. 최근 10년간 산업용 전기 요금의 인상폭이 61%에 달해 주택용(4.1%)에 비해 훨씬 높다는 주장이다. 기업들은 ‘싼 전기를 펑펑 써 한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산업용 전기에서 얻은 이익으로 심야용 등의 적자를 메워왔다는 게 산업계의 주장이다.

(1)산업용 전기요금은 싸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미국 등 선진국보다 싸다’고 설명해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산업계 입장이다. 전기요금은 원자력이나 석탄화력 등 연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전력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했는지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나라별로 요금 수준을 절대 비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산업용과 주택용을 비교해 보면 요금 수준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주택용’ 비율은 한국을 100으로 볼 때 일본은 95, 미국은 84 수준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한국에 비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상대적으로 싸다는 얘기다.

물론 용도별로 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81.23원/㎾h로 평균 전기요금 89.32원/㎾h보다 8.09원 저렴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원가를 살펴보면 산업용은 92.83원으로 주택용(135.88원)이나 일반용(109.82원)에 비해 낮다는 게 산업계의 주장이다.

(2)산업용 때문에 전기요금이 올라갔다?

한전 적자의 주범이라는 산업용 요금은 오히려 한전의 수익과 전기요금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시각이다. 산업용 전기에서 얻는 수익이 교차보조를 통해 산업용이나 농업용 등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통계를 보면 산업용에서 남는 이익을 적자가 난 심야용 등에 충당한 교차보조 제공 금액은 2009년 223억원에서 2010년 1149억원, 작년 3041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택용이나 일반용은 시간에 따라 사용량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연료비가 비싼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원가가 비싼 전기를 써야 한다. 반면 산업용 전기는 지속적으로 쓰이고 사용량까지 예측할 수 있어 값싼 연료를 쓴다.

(3)산업용 전기가 한전 적자의 원인?

지난해 12월 전기요금 인상 이후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투입된 원가 대비 받은 요금 비율)은 94.4%로 평균 회수율 90.9%를 초과한다. 특히 기간산업이 사용하고 있는 산업용 고압 전력은 원가회수율이 95.2%(지난해 12월 기준)에 이른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산업계에서는 한전이 산업용 인상에 주력하는 이유는 전기요금을 1% 올리면 주택용은 수입이 762억원 늘어나는 데 그치는 반면 산업용은 2043억원이나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4)산업용 전기 아끼지 않고 쓴다?

기업들이 싼 산업용 전기를 낭비하고 있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기 소비가 많은 철강과 석유화학 업계의 에너지 효율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석유제품 1㎘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지수를 살펴보면 한국이 100이라고 했을 때 일본은 104, 영국은 107, 미국은 116이다. 한국이 더 적은 에너지로 석유제품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 소비량이 다른 나라보다 많은 것은 제조업 수출국의 특성 때문으로 철강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