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논란' 변액연금 가입 70% 급감
“올 3월까지만 해도 변액연금을 매달 7~8건씩 팔았는데 지난달부터는 고객을 만나도 얘기를 못 꺼내요. 당장 월수입이 반토막 났습니다.”(A사 보험설계사)

생명보험회사들의 주력 상품인 변액연금 판매량이 지난달 최고 7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달 4일 ‘대다수 변액연금 수익률이 수수료 때문에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생보협회가 계산법에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일부 설계사들은 수익률 논란 후 생계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집단 반발할 태세다.

○보험료 수입 올 들어 최저치 추락

삼성생명이 판매한 변액연금은 올 3월만 해도 2만2500건에 달했다. 하지만 4월엔 1만1800건으로 47.6% 급감했다. 초회보험료 역시 560억원에서 330억원으로 줄었다. 대한생명의 변액연금 4월 판매량은 전달 대비 29.3%, 교보생명의 경우 27.3% 각각 감소했다. ‘빅3 생보사’ 모두 신계약 보험료 총액이 올 들어 최저치로 추락했다.

중소형 생보사들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미래에셋생명은 3월 5001건을 판매했지만 4월엔 1588건을 파는 데 그쳤다. 감소폭이 68.2%에 달했다. 동양생명은 3월 2803건에서 4월 1234건으로 56.0%, 동부생명은 2269건에서 984건으로 56.6% 줄었다. 일시납 비중이 줄면서 보험료 수입은 더 많이 감소했다. 동부생명의 초회보험료 수입은 3월 20억6000만원에서 4월 8억4000만원으로 축소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변액연금의 해약환급금이 왜 적은지를 따지는 민원 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변액연금 대신 다른 상품을 먼저 소개하도록 내부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B사의 보험설계사는 “월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주변에서 보험사와 정부를 상대로 집단 행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연구원 “실수익률 다 공개해야”

상황이 이렇자 보험연구원은 17일 ‘소비자 중심의 변액연금보험 개선방안’을 주제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변액연금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해법을 찾자는 취지다.

보험연구원이 제시한 해법은 크게 세 가지다. △보험 계약 때 변액연금이 초장기 상품이고 사망보장 등이 추가된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사업비를 감안한 실제 수익률을 모두 공개하며 △은행 신탁상품처럼 후취수수료 방식을 도입한다는 게 골자다.

김해식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변액연금을 투자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보험사들은 연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10년 이상 유지하면 누적 수익률이 높고 비과세 혜택까지 있다는 점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경희 연구위원은 “수수료를 먼저 떼는 한국의 독특한 관행 때문에 논란이 커졌다”며 “후취수수료 방식을 도입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자”고 제안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