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관계자가 얼마 전 한 외국계 펀드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뒷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펀드는 2005년 한국에서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금융당국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국내 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언론과 인터뷰한 뒤 보유했던 해당 기업의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거둬 문제가 됐다.

검찰은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에서는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까지 무죄 판결이 나왔다. 이 펀드는 검찰에 고발되기 전 금융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부당이득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과징금을 낼 테니 고발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고 한다.

국내에는 시세조종 등 주식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부과 제도가 없어 이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징금 제도가 있었으면 시장을 교란하면서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빠져 나가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었던 사례”라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오는 23일 주식 불공정거래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과 관련해 공청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담당자가 참석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한다. 국회가 나서 이 문제에 대해 공청회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공청회 결과가 의원입법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과징금 도입 가능성이 높아져 증권업계의 관심도 크다.

금융위는 지난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과징금을 도입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법무부가 “형사처벌할 일을 행정처분인 과징금으로 끝내는 게 적절치 않고, 남용의 여지도 있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형사처벌할 일인지 과징금으로 끝낼 사안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소속 검사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 자리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증선위 위원은 불공정거래뿐만 아니라 각종 인·허가 관련 업무도 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법무부는 여전히 금융당국이 자의적으로 처분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혹시라도 자리 문제가 과징금 도입의 주요 이슈가 된다면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져도 양측은 할말이 없을 것이다. 이번 공청회를 통해 금융위와 법무부가 대승적 합의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