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기준 흑자인데…한전 왜 앓는 소리 하나"
전기요금을 평균 13.1% 올려야 한다는 한국전력의 요구에 대해 산업계는 근거가 약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 때문에 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한전이 의도적으로 적자를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전이 제시한 원가회수율도 의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원가회수율은 전기요금이 원가의 몇%에 해당하는지를 뜻한다. 정부가 한전의 주장만 받아들여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한전의 의도적 적자 부풀리기?

한전은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때문에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지난해 말 기준 누적적자(영업이익기준)가 8조5342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전이 100% 지분을 소유한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영업이익 흑자를 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08년 이후 4년 연속 흑자다. 이 기간 영업이익 흑자 누적액이 4조6542억원에 이른다.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전기를 비싸게 사면서 계속 적자를 보고, 한전 자회사는 계속 흑자를 보는 구조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산업계에서는 한전의 개별실적이 아니라 발전자회사와의 연결실적을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전의 개별기준 영업손익 누계는 4년간 적자이지만 연결기준으로 보면 4916억원 흑자라는 게 산업계의 셈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 개별기준 실적을 내세워 대규모 영업손실을 부각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결기준 누적 영업손익이 흑자라는 것은 ‘원가 이하 전기요금’이란 말이 틀렸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 정말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라면 연결기준 영업흑자가 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원가회수율 기간은 입맛대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의 또 다른 근거로 제시된 것은 원가회수율이다. 산업용은 원가회수율이 87.5%로 주택용 88.3%, 일반용 92.6%보다 낮아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한전 주장이다. 그러나 이 자료는 지난해 연간 기준이다.

산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기준으로 작년 수치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8월과 12월 각각 6.1%, 6.5% 인상됐다. 인상으로 원가회수율이 높아진 부분이 작년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용 요금을 인상한 직후인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4월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한전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13.1%의 전기요금 인상 요구는 지난달 추정한 올해 원가회수율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의 원가회수율은 87.5%에서 92.4%로 4.9%포인트 상승한 반면 주택용은 88.3%에서 84.7%로 3.6%포인트 하락했다. 산업용의 원가회수율은 일반용(93.3%)에 근접한 수준으로 평균 회수율(88.4%)보다 높다. 따라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더 많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빙성 떨어지는 한전 자료

산업계에서는 한은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근거로 공개하는 원가회수율이 오락가락한다고 지적한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전기요금을 올리면서 1~11월의 원가회수율 자료를 공개했다. 주택용은 원가회수율이 86.4%, 상가·사무실에서 쓰는 일반용은 90.8%,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산업용은 88.7%였다. 당시 한전은 이를 바탕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6.5%, 일반용은 4.5% 올리고 주택용은 동결했다.

산업계가 문제로 꼽는 것은 인상 이후의 원가회수율이다. 산업용은 6.5% 인상했음에도 지난해 1~12월의 원가회수율이 87.5%로 오히려 1.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요금을 동결한 주택용은 88.3%로 1.9%포인트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내부 원가자료를 바탕으로 유리한 원가회수율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며 “전문가나 제3자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