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産) 원유 수입이 내달 초부터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이 오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를 수송하는 선박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보험(P&I)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제재는 7월부터지만 이란에서 원유를 선적한 뒤 국내 도입되는 시기를 감안하면 당장 내달 초부터 수입이 끊기게 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1일 “내달부터 보험제공 중단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 측 판매업체에 이를 통보하고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서는 내달 이란산 원유 발주물량이 ‘0’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란을 포함, 중동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화물보험)와 이를 운송하는 선박(선박보험)은 물론 사고에 따른 원유 유출 등 배상책임보험(P&I)은 90% 이상 유럽계 재보험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유조선의 원유 수송 보험 비용만 1척당 1조원 이상으로, 무(無) 보험 상태로는 유조선을 띄우기 어렵다.

지난해 수입한 이란산 원유는 총 8900만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9.4%를 차지한다. 국내 4곳 정유사 중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두 곳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수입량의 10%가량이 이란산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8%였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올해 10% 안팎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란산 원유수입이 전면 중단되면 업계는 물론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동안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떨어지던 휘발유 가격도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다음달 25일 EU 외무장관회의 때까지 한국이 제재조치 예외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정유업계를 통해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6월 초에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수급선 확보 등 석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미현/윤정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