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서울 금호동에서 족발·보쌈집을 운영하고 있는 채용선(38)입니다. 점포는 지하철 3호선 금호역에서 금남시장 삼거리로 진입하는 도로변 건물 1층에 있습니다. 42.9㎡(13평) 규모로 테이블 6개를 두고 저와 아내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2년 전까지 PC용 스피커 제조업을 하다가 값싼 중국산이 대거 수입되면서 사업을 접었습니다. 금호동에서 점포를 물색하던 중 배달밥집을 인수해 권리금 3000만원에 보증금 3000만원, 시설 개보수비 1500만원 등 모두 7500만원을 들여 개업했습니다. 월세는 부가세를 포함해 88만원을 내고 있습니다.

제가 홀을 맡고 있으며 아내는 주방에서 요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식사 메뉴, 저녁에는 술자리 손님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월 매출은 1000만원 선입니다. 점심 매출이 절반을 넘고, 족발 포장판매는 가끔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개업 후 2년간은 그런대로 장사가 됐지만, 작년부터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하지만, 밤 10시 이후에는 손님이 한산한 편입니다. 기존 가게가 배달밥집이어서 초기에 배달주문 고객들을 상대하다보니 저녁장사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업종이 주점형 족발·보쌈 전문점이어서 저녁장사가 일어나야 하는데, 점심 매출이 오히려 많습니다.

메뉴는 3인 기준 족발과 보쌈이 각각 2만8000원이며, 모듬 족발·보쌈 3만8000원, 족발무침 3만원, 쟁반 막국수가 1만8000원입니다. 식사로는 묵은지고등어찜을 비롯해 육개장, 갈비탕, 내장탕, 제육볶음 등을 내놓고 있습니다.


A. 의뢰인의 가게가 있는 금호역 상권은 약수역과 옥수역 중간의 상권으로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형성돼 있고 금호사거리 방향으로는 금남시장이 있습니다. 금남시장을 중심으로 지하철 3호선 금호역에서 금호사거리까지의 반경 500ｍ 이내에 2만8000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30대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인근에 초등학교도 있고 젊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죠.

유동인구는 주로 주부와 학생들이며, 저녁 퇴근시간대에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직장인으로 붐빕니다. 인근 상가에는 대부분 의류와 생필품 판매점이 많습니다. 먹거리 업종은 한식집이 60여개로 가장 많고 치킨 호프집 30여개와 고깃집 10여개가 문을 열고 있습니다. 예전의 금남시장은 소비자들이 북적대는 재래시장이었지만, 재개발이 이뤄진 후에는 상권이 쇠퇴한 듯합니다.

이 지역은 보수적인 소비행태를 지닌 상권이기 때문에 저렴하고 대중적인 아이템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고, 박리다매식 아이템이 아니라면 구매심리를 끌어올릴 만한 차별화된 마케팅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젊은 층과 퇴근길의 직장인이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메뉴와 단가를 선정해야 합니다.

의뢰인은 창업 초기 기존 배달고객을 뿌리칠 수가 없는 데다 배달밥집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저녁장사가 안되는 악순환을 겪었습니다. 대안으로 점심 메뉴를 보강했지만 고객 반응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지금이라도 배달 판매를 줄여나가면서 족발 전문점 본연의 이미지를 구축해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상권 크기에 비해 족발 전문점이 많지 않아 맛있고 차별화된 포인트만 개발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급적 점심장사를 포기하고 족발과 보쌈을 전문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 손님들은 시각적 효과에 민감하기 때문에 역동적인 분위기 연출이 필요합니다. 가게 전면을 개방해 족발을 삶고, 썰어주고, 포장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매장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부인이 주방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점심메뉴가 많다면 접객 서비스가 부족할 듯합니다. 의뢰인이 홀을 맡아서 고객서비스를 전담하고 있지만, 말수도 적고 차분한 성격탓에 매장 분위기가 무겁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역할 분담 재조정과 분위기 개선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다면 부인과 남편의 역할 교체가 필요합니다. 특히 족발요리는 육체적으로 여성이 조리하기에 힘에 부칩니다. 오히려 외향적인 성격의 부인이 홀 서비스를 담당한다면 전체적으로 매장 분위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입니다.

술자리 손님에게는 김치전이나 녹두전 정도의 안주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족발이나 보쌈을 주문하면 손님에게는 약간의 양을 더 만들어서 포장선물로 제공하세요. 매장에서 맛을 본 후 집에 가서 식구들과 공유한다면 고객 저변층이 넓어질 게 확실합니다.

전단지를 신문에 끼워 돌리는 것 외에는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홍보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아파트단지 부녀회와 만나 단지 내 게시판이나 엘리베이터 안에 스티커 광고를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집객력이 강한 지하철역과 금남시장 주변에서 홍보 전단지와 할인권을 배포하는 일도 꾸준히 이어가길 바랍니다.

정리=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도움말=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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