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돔구장인 서울 고척동 돔야구장이 ‘세금먹는 하마’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는 야구계의 오랜 숙원이던 돔야구장 건설을 위해 2009년부터 2023억원을 들여 내년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시가 제대로 된 수익창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대규모 시 예산이 투입된 야구장이 매년 적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프로야구단 유치해도 적자 가능성

본지가 28일 단독 입수한 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서울시는 고척 돔야구장에 할인마트 및 쇼핑몰 등 수익시설을 입점시키지 않기로 최근 확정했다. 지역 주민과 시의원 및 야구계 인사 등 10명으로 구성된 ‘돔야구장 건립자문위원회’ 결정에 따른 것이다.

할인마트와 쇼핑몰은 수익성은 높지만 주변 상권에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지역 주민들과 서울시의 의견이 반영됐다. 자문회의에 참석한 야구계 인사들은 “경기 관람객 성향이 우선돼야 한다. 지역 주민 고려는 추후문제”라고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지역 주민들 민원을 고려해 어린이 관련 시설은 입점시키기로 했다.

당초 시는 올 상반기까지 전문적인 상권분석 용역을 실시하기로 하고 시의회에도 보고했지만 슬그머니 이 계획을 취소했다. 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상권 전문분석 용역을 하더라도 특별한 내용이 없을 것이라는 본부장의 주장 때문에 실시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대부분 비(非)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수익창출 대책을 논의했고, 결국 수익문제는 뒤로 미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수익창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올 들어 서울시가 건립 중인 고척 돔야구장의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당시 감사원은 비용 대비 편익비율(b/c·benefit/cost)이 0.6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b/c 비율이 1을 넘지 못하면 손실을 의미한다. 또 프로야구단을 유치하더라도 b/c 비율은 0.93에 그칠 것으로 감사원은 내다봤다. 당초 서울시가 자체 산정한 b/c 비율 1.79(프로야구단 유치때)에 비해 턱없이 낮다.

◆서울시, “수익성에 전혀 문제없다”

서울시는 그러나 고척 돔야구장의 수익성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광현 서울시 체육진흥과장은 “수익창출을 위한 대책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매년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는 우선 서울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단 세 팀 중 넥센 히어로즈를 유치해 전용 홈구장으로 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신 아마추어 경기는 현재 넥센의 홈구장인 목동 구장에서 치르기로 했다. 야구 비시즌엔 K팝 등 문화예술공연을 적극 유치할 예정이다. 정 과장은 “외국의 돔구장을 보더라도 야구장 수익시설만으로는 흑자를 내기 힘들다”며 “고척 돔야구장은 문화관광공간으로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서 2023억원을 들일 돔야구장에서 연간 2억원 정도의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시는 낙관한다. 하지만 판매시설 등 수익시설을 배제한 채 흑자를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2002년 월드컵에 맞춰 전국 각지에서 축구 전용구장을 세웠지만 상업 시설이 들어간 서울 상암구장만 수익을 낼 뿐 나머지 구장은 전부 적자 경기장으로 유지에 세금만 투입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