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억파운드(약 32조원)의 여인.’

브랜드 전문 조사기관인 ‘브랜드 파이낸스’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가치를 이렇게 평가했다. 여왕이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2일부터 5일까지 이어지는 여왕 즉위 60주년 행사(다이아몬드 주빌리)도 영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왕, 걸어다니는 대기업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왕실재단이 보유 중인 부동산의 임대료 수입이 즉위 당시보다 9200% 증가했다고 3일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한 1952년 250만파운드에 불과했던 왕실재단의 부동산 임대수입이 작년 2억3000만파운드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60년 만에 92배나 수입이 늘어난 이유는 왕실재단이 영국의 ‘노른자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 쇼핑 중심가인 리젠트스트리트와 맨해튼의 3배에 달하는 랭카스터 영지도 영국 왕실재단 소유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런던에서만 1만2000여명의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실이 갖고 있는 부동산 가치는 70억파운드 정도라고 FT는 보도했다. 즉위 당시에는 수억파운드 수준이었고, 1987년에는 12억파운드가량이었다. 영국 왕실이 보유하고 있는 로열파크 등 공원 넓이만 26만3000에이커(1064㎢)에 달한다.

하지만 부동산·예술품·보석 대부분이 왕실재단 소유로 돼 있어 엘리자베스 여왕이 처분할 수 있는 개인 재산은 수백억원으로 알려졌다.

◆즉위행사 영국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까?

여왕뿐 아니라 왕실의 브랜드 가치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브랜드파이낸스는 영국 왕실 전체의 브랜드 가치는 440억파운드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런 왕실과 여왕의 브랜드 가치는 영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영국은 왕실에 공급되는 상품이나 서비스 중 품질이 좋다고 인정한 것을 골라 ‘왕실보증’(Queen Royal Warrant)’이라는 형태의 보증서를 발급한다. 이 보증을 받은 상품은 세계시장에서 고급 제품으로 인정받는다. 올 2월 삼성 스마트 TV가 ‘왕실보증’을 받기도 했다.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춘 여왕 즉위 60년을 기념하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기간에는 상품 판매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부터 5일까지 연휴 동안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가디언은 다이아몬드 주빌리 기간 소매 특수는 최대 8억2300만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테스코 등 영국 대형 유통업체들은 부활절 이후 최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휴기간 예상되는 관광 수입 등을 포함해 총 240억파운드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