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재단이 파생상품 투자로 쪽박을 찼다고 한다. 2011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고려중앙학원이 주식과 파생상품에 투자한 금액은 총 481억원으로 지난 1년간 9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481억원 중 77%인 370억원을 ELS에, 66억원은 주식에, 그리고 45억원은 ELT에 투자했는데 반토막 난 ELS가 속출하면서 손실액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이 저금리를 피해 유가증권 등에 투자하는 것은 추세이기도 한 터여서 비난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려대의 경우 투자 절차와 대상 선정이 모두 문제 투성이다. 5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투자하면서 이사회 심의나 의결이 없었고 투자규모와 위험성이 보고된 적도 전무했다고 한다. 하버드대 같은 해외 대학들이 독립적 투자운용기구를 두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투자를 결정하는 것과는 딴판이었다. 더욱이 고려대가 무려 370억원을 투자한 ELS는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할 경우 원금을 크게 까먹을 수도 있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파생상품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고려대는 예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한 금액(94억원)의 네 배에 달하는 돈을 ELS에 쏟아부었고 결과적으로 거액을 날렸다. 대학재단이 왜 이런 투기를 감행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그래서다.

교육재단은 백년대계를 위한 기금이다. 안정성이 생명이다. 실제 고려중앙학원 운영 차액은 2010년 167억원 흑자에서 작년에는 68억원 적자로 널뛰기였다. 이 일로 재단이사장이 중도 사퇴했지만 한 사람 물러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대학 적립금이나 기금운영 방식에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첨단 금융상품 투자열풍에 대학까지 덩달아 휩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되돌아 볼 일이다. 투기에 나섰다가 거액을 날린 고려대는 경영학도들에게 뭐라 가르칠지 궁금하다. 작년에는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한탕주의 증자로 장학기금들이 문제를 일으키더니 올해는 대학의 투기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