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이 1조원 규모의 사업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는 가스와 전력, 자원 개발, 녹색성장 사업 등을 에너지 전문 사업지주회사인 GS에너지에 양도한다고 4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GS그룹의 미래성장을 이끌 GS에너지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리게 됐다.

○GS칼텍스는 정유사업만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GS에너지를 통해 미래 에너지 사업에 본격 나섰다. GS칼텍스는 GS파워 지분 50%와 해양도시가스, 서라벌 도시가스, GS플라텍, GS나노텍, 삼일폴리머 등 13개 계열사를 GS에너지에 양도했다. 4개의 유전개발 광구와 충남 보령의 LNG터미널 부지, 서울 성내동 연구·개발(R&D)센터 등도 포함됐다. 기존 GS칼텍스가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와 지분투자회사의 매각 자산 규모는 1조1062억원에 이른다.

GS에너지는 (주)GS의 100% 자회사이며 물적분할을 통해 자본금 2500억원, 총자산 4조3880억원 규모로 올 1월1일 출범했다. (주)GS 소유의 GS칼텍스 지분 50%도 갖고 있다. GS칼텍스가 미국 쉐브론과 50 대 50 합작사인 데 비해 GS에너지는 (주)GS의 단독 출자 법인으로, 독립적 의사 결정을 바탕으로 신속한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으로 GS에너지는 GS칼텍스의 가스, 자원 개발을 포함해 신사업 관련 계열사들을 산하에 둘 수 있게 됐다. GS칼텍스를 거쳐 지배했던 손자회사를 GS에너지의 자회사로 끌어들인 것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GS칼텍스는 기존 주력 에너지 사업인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GS에너지는 미래성장 사업의 발굴과 육성을 담당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윈윈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에너지 그룹 내 성장축으로

올해 GS에너지 설립과 사업구조 개편은 GS그룹이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한 이래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허 회장은 지난 2월 기자와 만나 “(GS에너지로의) 계열사 이동은 6월 완료할 것”이라며 “정비가 된 후엔 가스와 전력 사업뿐 아니라 석유화학, 정유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해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에너지는 5년 이내 40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큰 틀에서 조직을 보고 끌어갈 것”이라며 GS에너지를 통한 해외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뜻을 내비쳤다.

GS에너지는 그룹의 에너지 사업을 책임지는 중간지주회사격으로, 신사업 투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GS에너지를 통해 지배구조가 명확해지면서 GS에너지의 그룹 내 위상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 1분기 매출규모로만 봐도 GS칼텍스와 GS에너지의 매출은 12조5000억원이 넘는다. GS리테일, GS홈쇼핑, GS EPS, GS글로벌 등 나머지 자회사들의 매출을 더한 2조4600억원의 5배에 이르는 규모다. 설립 초반 사업도 공격적이다. GS에너지는 한국석유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랍에미리트(UAE) 미개발광구 3곳 지분을 인수했고, 일본 최대 에너지 기업인 JX NOE(옛 신일본석유)와의 합작을 통해 음극재 사업도 본격 진행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GS의 유통부문이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긴 했지만 GS는 전통적으로 공격보다는 방어 경영을 전략으로 삼아왔다”며 “하지만 GS에너지는 그룹 내에서도 확실한 성장축으로 차별성을 갖고 당장 편입된 계열사들로부터 배당을 받아 안정적인 자금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