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5일 논문 실험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수의대 강수경, 강경선 교수 등이 공동 저자로 발표한 모든 줄기세포 논문에 대해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이화여대는 지난달 네이처 표지에 게재된 남구현 특임교수의 논문을 둘러싼 ‘주저자 논쟁’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두 사건은 아직 조사 단계여서 진상을 파악하기 힘들다. 사건 성격도 다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성과지상주의에 매몰돼 ‘연구윤리’라는 기본을 놓친 게 두 사건의 배경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줄기세포 왜 사건 많나

강수경 교수에 이어 국내 줄기세포 연구를 주도해온 강경선 교수의 논문 조작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면서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단순 오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에 이어 유독 줄기세포 분야에서 논문 조작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탓이다.

학계에선 허술한 연구윤리 의식과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솜방망이 처벌로 덮어온 게 문제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논문 감시 사이트 ‘리트렉션와치’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한국인이 발표했다 철회 또는 수정한 논문은 10건이다. 같은 기간 미국 142건, 독일 42건, 일본 39건에 비해 수적으로 많다고 볼 수 없다. 문제는 뒤처리다. 줄기세포 분야 한 연구자는 “선진국에선 단 한 건의 논문 표절이나 조작이 있어도 연구자를 퇴출시키는 반면 국내에서는 이를 관대하게 처리해왔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강수경 교수는 2년 전에 이미 논문 조작으로 대학에서 경고 처분을 받았지만 주변 교수들조차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난해 서울대 약대에서 발생한 논문 조작 사건도 구두 경고로 마무리됐다.

바이오산업계의 줄기세포 투자 열기를 이용하기 위해 연구 성과를 부풀렸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강경선 교수는 2010년 줄기세포 벤처기업인 강스템홀딩스를 만들었고 강수경 교수는 이 회사 연구소장으로 일했다.

◆지나친 성과주의도 왜곡 원인

최근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는 ‘잘못된 장려금’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중국, 터키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세 나라가 사이언스지 같은 유력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 때 파격적인 장려금을 주기 시작하면서 제출 논문 수가 수년간 46% 늘어났지만 실제 논문 게재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네이처는 이 같은 광풍이 경쟁을 통해 과학 기술 발전을 유도하기보다는 자칫 연구 문화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주요 대학들은 실제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에 논문을 게재하면 다른 논문들과 달리 최고 3000만~4000만원까지 장려금을 주고 있다. 유명 과학저널에 이름을 올리면 정부 과제도 쉽게 따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 이름을 꽤 알린 과학자들도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지 못하면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이화여대 사건은 한 연구실에서 일하던 지도교수와 연구자 사이에 벌어진 성과 다툼이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