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5일 오후 2시44분 보도

유상증자나 주식연계사채(ELB)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진행 중인 상장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 모집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위축된 공모주시장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희건설, 우리사주 ‘미달’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희건설의 우리사주조합 유상증자 청약에서 일부 미달이 발생했다. 유상신주 3200만주를 발행, 205억원을 조달할 예정인 이 회사는 총 공모주식의 10%인 320만주를 우리사주에 배정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청약을 받은 결과 75%만 청약에 응해 78만주가량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신주 가격(발행예정가 641원)이 현 주가보다 30% 넘게 싼데도 불구하고 실권이 발생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우리사주는 1년간 보호예수가 되기 때문에 직원들 부담이 컸던 것 같다”며 “주식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대주주와 관계사가 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건설은 잔여주식에 대해 오는 26~27일 구주주를 상대로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80억원을 조달할 예정인 스테인리스 업체 대양금속은 18~19일 청약을 앞두고 주가 하락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가가 발행가(500원) 근처까지 내려 앉아 ‘흥행’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종가 기준 할인율은 약 14%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증자에는 할인율이 최소 20~30%는 돼야 투자자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대양금속은 발행가가 액면가 수준이어서 더 낮추기도 어렵다. 유상 신주의 발행가는 액면가 이상으로 해야 한다.

STS반도체, BW 행사가 높아

7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공모 중인 STS반도체는 청약이 진행되는 중간에 주가가 급락한 경우다. 이 회사는 일단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1일부터 7일까지 4영업일 동안 청약을 받고 있는데, 이달 들어 사흘간 주가가 9.4% 하락했다.

이에 따라 BW에 붙어 있는 신주인수권(워런트)의 가치가 크게 낮아졌다. 워런트 행사가격이 주가보다 낮을수록 워런트의 가치가 커지는데, 현재는 행사가가 주가 대비 10%나 높기 때문이다. 워런트 가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신용등급 ‘BBB0’의 표면이자율 1%, 만기이자율 4.5% 수준인 회사채만 보고 투자할 투자자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STS반도체의 BW 일반 청약일은 11~12일이다.

◆사조씨푸드, 유사기업 일제 하락

이달 중 수요예측에 나서는 공모주 발행 기업도 시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교 대상이 되는 기업 주가가 낮아져 ‘몸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12~13일 수요예측을 하는 사조씨푸드의 경우 희망 공모가 산정 때 유사회사로 제시된 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하락했다. 특히 한성기업 주가는 당시 기준이 된 주가(9320원)보다 15%나 낮아졌다. 회사가 당초 공모가 산정의 근거로 제시한 유사기업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에 기관이 사조씨푸드의 기대보다 낮은 공모가를 제시할 여지가 생겼다.

호주 의류업체 패스트퓨쳐브랜즈(FFB)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외국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상태에서 주가마저 받쳐주지 않아서다. FFB에 앞서 지난달 상장한 일본 기업 SBI모기지는 희망공모가(7700~9200원)보다 낮은 7000원으로 공모가를 정한 바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