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론스타 등 해외 사모펀드가 국내 유가증권,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소득을 올렸을 때 펀드 내 투자자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 국내법에 규정된 세율대로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국세청은 7월1일부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조세조약상 제한세율 적용을 위한 원천징수 절차 특례제도’를 시행한다고 7일 발표했다. 국세청은 이를 통해 조세회피 지역에 설립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해외 사모펀드들의 다양한 조세회피 시도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계 펀드를 통해 소득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탈루하고 있는 일부 부유층의 명단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한세율 엄격하게 적용

제한세율은 이자·배당·사용료 소득 등 국내 원천 소득에 대해 해외 투자자 또는 해외 투자법인에 과세할 수 있는 최고세율을 국가 간 조세조약에 따라 정해 놓은 것이다. 즉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모든 소득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국내 세율을 적용해야 하지만 해외 펀드에 대해서는 이 펀드가 설립된 국가와 조세조약을 맺고 별도의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한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2000년대 초 국제조세회의를 열고 해외 펀드의 투자 소득에 대한 조세율을 각국 간 조세조약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한국도 여러 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했다. 현재 한국과 조세조약을 통해 제한세율을 적용하는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독일 호주 스위스 벨기에 싱가포르 등 모두 78개국.

지금까지는 이들 국가에 설립된 해외 펀드가 국내에 투자해 소득이 발생하면 펀드 투자자들의 국적, 소재지 등에 상관없이 해외 펀드 설립 국가에 근거해 제한세율을 적용했다. 하지만 7월1일부터는 투자자들의 국적, 소재지 등이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미국 하버드대가 유럽 벨기에에 설립된 론스타 사모펀드를 통해 한국 회사의 주식을 취득해 배당소득이 발생할 경우 지금까지는 한·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라 지방세 포함, 15%의 제한세율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제한세율을 적용받으려면 하버드대를 포함한 이 펀드 투자자들의 명단과 소재지 등이 적힌 ‘제한세율 적용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제출하지 않을 경우 국내법에 따라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정경석 국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은 “국제 세원의 투명성을 위해 제한세율 적용 기준을 매우 까다롭게 운영하겠다는 취지”라며 “사모펀드들의 경우 투자자 정보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국내법대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은머리 외국인에 세금 추징

국내에 거주하면서도 해외 펀드를 통해 세금을 줄이거나 탈루했던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의 경우도 신원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국내법대로 세금을 원천징수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국내 거주자가 해외 펀드를 통해 투자할 경우 세금 부과가 쉽지 않았다. 투자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도 조세조약상 제한세율을 적용받았기 때문에 제한세율이 0%인 아일랜드 헝가리 러시아 등에 해외 펀드를 설립한 경우 누가 얼마나 벌었는지 몰라 세금을 물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제도가 시행되면 국내 거주자들이 투자한 해외 펀드가 투자자 명단을 공개하든 안 하든 국내 세법대로 세금을 부과한다.

특히 국세청은 사모펀드 투자자가 제한세율 적용 신청서를 제출했더라도 실질 귀속자를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제한세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