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충청, 경기 지역은 지난달부터 34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작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기상청은 12일 오후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지만 예상 강수량은 5㎜ 안팎에 불과해 가뭄 해갈엔 턱없이 부족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 내린 평균 강수량은 41.9㎜로, 최근 30년래 평년치(106.8㎜)의 39% 수준에 불과하다. 충청, 경기 지역 등 중부지방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충남 지역의 5월 강수량은 16.0㎜로, 평년치(101.0㎜)의 16%에 그쳤다. 충남 보령과 부여는 지난달에 각각 14.6㎜와 19.5㎜의 비가 내려 1978년 이후 5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봄철 대가뭄이 발생했던 1978년 이후 최악의 가뭄이다. 서울도 5월 기준으로 1910년 이후 100여년 만에 가장 적은 8.2㎜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지난달엔 남쪽 해상에 저기압이 머물고 한반도엔 주로 이동성 고기압이 자리잡으면서 전국적으로 비가 적게 내렸다”고 설명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여름철 수확작물인 마늘과 양파 등의 경우 가뭄이 계속되면 뿌리 생육이 더뎌지면서 수확이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과일 작물도 토양에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가뭄에 이어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 ‘집중호우’로 인한 이중 피해도 우려된다.

이에 따라 밭작물이 출하되는 다음달부터 일부 채소류 중심으로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지난달 기준으로 29개월 만에 1%대로 떨어지면서 안정세에 접어들었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가뭄이라는 악재로 또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해동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채소류 비축량 확대 및 충남 지역 재정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