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불법 외환거래가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7년 166억원이었던 불법 해외 재산도피 금액은 지난해 2737억원으로 4년 만에 16배로 늘어났다. 무역거래와 관련해 불법 외환거래를 한 외환사범 단속 액수도 2007년 2조3625억원에서 지난해 3조4160억원으로 1조원 넘게 증가했다. 해외 재산 도피가 늘고 있는 것은 기업의 해외활동이 급증한 데다 외환거래 규제도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해외 교역을 하면서 물품가격을 조작해 돈을 빼돌리거나 해외 유령회사와의 반복적인 거래를 통해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다.

불법적인 해외재산 도피는 엄연한 범죄이며 철저하게 색출해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재산반출이 횡령 사기 주가조작 역외탈세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주가조작과 해외재산 도피 사실이 드러나 2010년 상장폐지된 태양광업체 네오세미테크나 국세청이 역외탈세범으로 지목한 구리왕, 선박왕, 완구왕 등도 이와 유사한 케이스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실상 국경이 없어진 만큼 이런 사례는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반면 적발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설사 적발한다고 해도 처벌 역시 만만치 않다. 국세청이 구리왕 등에 대한 세금추징에 잇따라 실패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분명한 것은 돈은 세금이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불법 외환거래나 역외탈세 단속도 중요하지만 조세정책 운영철학과 조세체계의 국제적 정합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세금은 지하경제를 키우고 재산의 해외반출 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복지병의 대표주자 그리스가 그렇고 과거 복지천국으로 불렸던 스웨덴도 마찬가지였다. 부자증세 방침을 밝힌 올랑드의 프랑스에서는 부자들이 이미 줄줄이 영국 벨기에 등 해외로 이민을 떠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해외재산 도피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정치권에 불고 있는 증세 열풍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적정한 세율은 결과적으로 세수도 늘린다. 조세체계에 대한 합리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