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을 연장하고 3차 양적완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Fed는 20일(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연 뒤 이달 말 끝낼 예정이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올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Fed가 보유 중인 단기 국채 2670억달러어치를 추가로 팔고 그 돈으로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정책이다. Fed는 2014년 말까지 제로 금리(연 0~0.25%) 정책을 유지한다는 종전 방침도 재확인했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성장률 전망치 낮춘 Fed

Fed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제시한 2.4~2.9%에서 1.9~2.4%로 낮췄다. 내년 전망도 2.7~3.1%에서 2.2~2.8%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7.8~8.0%에서 8.0~8.2%로 올렸다. 실업률이 현 수준에서 더 내려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 수개월간 일자리는 물론 가계지출 증가 속도도 느려졌다”며 “주택경기도 여전히 침체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몇 분기 동안 경제성장 속도는 완만하고, 실업률도 매우 천천히 하락할 것”이라며 “해외 금융시장 불안은 지속적으로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유럽 국가들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美 기업도 실적악화 예상

미국 경제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다른 국가들보다 탄탄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지표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상승세로 돌아섰고,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4월 수출도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기업들은 잇따라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은 이날 2분기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종전 79~85센트에서 75~79센트로 낮췄다. 앞서 보석업체 티파니 등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시장 조사업체 마킷이 조사한 미국의 제조업 경기지표도 최근 4개월새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마킷의 6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9로 전달의 53.9보다 낮아졌다. 이는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38만7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계절변수를 고려한 최근 4주간 평균 실업수당 신청자는 38만6250명으로 지난해 10월 첫주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QE3는 최후의 카드?

Fed는 이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연장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보다 적극적 부양책인 QE3는 내놓지 않았다. 뉴욕에 있는 컨설팅업체 디시전이코노믹스의 앨런 시나이 CEO는 “Fed가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에 대비해 실탄을 아껴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의장이 “고용시장 회복세가 계속되지 않으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번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대해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타니어 아크람 ING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내 수요 부진, 유럽발 금융 불안 지속 등을 감안할 때 이번 (Fed의) 조치가 미국 경제 회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operation twist. 중앙은행이 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조절하는 것. 공개시장 조작정책의 하나로 장기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에서 1960년대 초 처음 시행됐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전설리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