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의 제2함대사령부 내에 있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 추모비 앞에 선 이철규 상사(36)는 마음의 빚이 많은 듯 보였다. 제2연평해전 10주년을 앞두고 22일 이곳을 찾은 그는 “순직한 전우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살아 남아 현역으로 있는 7명이 최근 서해에서 헌화를 했다. 저세상에 간 전우들이 우리의 늠름한 모습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 상사는 2002년 6월29일 북한 경비정의 선제포격으로 벌어진 제2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호(150)의 통신장으로 사투를 벌였다. 북한의 집중 포격으로 참수리호는 침몰했고 윤영하 소령(정장),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했다. 2차연평해전은 남북 화해 무드와 월드컵 분위기에 휩싸여 한동안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 상사는 “유족을 생각하면 몸안에 있는 파편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고 했다. 이 상사의 몸속에는 아직도 파편 11개가 박혀 있다. 연평해전 직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이송돼 107일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파편 30여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렇지만 모두 제거하려다가 자칫 신경을 다칠 수 있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나머지 11개는 평생 몸안에 지니고 살아야 한다.

그는 “당시 새벽 5시 평소처럼 어선을 통제하다가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차단기동에 나섰다”며 “북한이 갑자기 참수리호 왼쪽 면을 집중 포격하면서 대응에 나섰다가 의식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병원이더라”고 회상했다. 현재 경기도 오산에 있는 공군작전사령부에 파견나가 있는 이 상사는 “곧 다시 함정을 탄다.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그때 못다 푼 한을 마음껏 풀고 싶다”고 말했다.

연평해전 참전 용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패전 논란과 북한의 우발적 도발론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상사는 “우리는 명령에 죽고 산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정치하는 분들은 그게(승리) 아니라고 하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참수리호 부정장으로 전투지휘를 했던 이희완 소령(36)은 전화통화에서 “목숨을 바쳐 NLL을 사수해 명백하게 승전했다”고 못을 박았다. 이 소령은 당시 관통상을 입고 오른쪽 다리를 잃어 평생 의족을 하게 됐다. 현재 해군교육사령부 기술행정학교 교육운영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소령은 “북한은 참수리 357호만 집중 공격했고, 그것도 기관실 등 주요 부분을 정조준했다. 하루 전에는 예행연습까지 했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계획된 도발”이라고 강조했다.

평택=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