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는 자원이 풍부하지만 기술이 부족하다. 우린 자원이 없고, 기술만 있지 않나. 중남미와 한국은 최적의 비즈니스 파트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를 방문한 박영주 한·칠레민간경협위원장(이건산업 회장·사진)은 지난 23일 현지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 기업이 중남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22일 산티아고에서 열린 한·칠레 민간경제협력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칠레를 방문했다.

20년 전인 1992년 칠레에 합판공장을 만들어 진출한 인연으로 한·칠레경협위원장을 맡아온 박 회장은 “중남미가 자원이 풍부하고 시장이 커 한국 기업에는 중요한 지역이지만, 중남미 전문가가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남미 전문가 양성이 절실하다. 1998년 외환위기로 청년실업이 심각할 때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취업 못한 대졸자들을 뽑아서 남미에 보내자고 건의했다”며 “거기 가서 공부를 하든, 놀든 10년만 지나면 우리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근데 지금도 전문가가 턱없이 모자라다”고 했다. 이어 “중남미에서 일하려면 스페인어는 필수”라며 “한국 고교에서 제2외국어로 독어 불어를 가르칠 게 아니라 스페인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는 중남미로부터 광물과 목재 같은 천연자원을 수입하는 게 고작이었지만 앞으론 에너지와 농업 개발이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남미 대부분 국가들이 고도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 수요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중남미에 진출하는 데는 2004년 발효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박 회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이 첫 번째 FTA를 칠레와 맺은 건 의미가 크다”며 “칠레는 세계 61개국과 FTA를 맺은 중남미의 ‘FTA 허브’”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칠레는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와 남태평양동맹을 맺어 4개국이 무관세 교역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때문에 중남미 진출의 관문이자 도약대로 활용하기에 좋다. 우리의 첫 FTA 파트너로 칠레를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FTA 발효 이후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6·25전쟁 이후 짧은 기간에 기적처럼 경제를 키운 것에 대해 칠레 사람들은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양국 간 FTA 이후 한국산 자동차는 칠레 시장 점유율이 38%로 올라가 1위”라며 “칠레인들은 돈이 있으면 현대차와 삼성 휴대폰을 갖고 싶어한다. 현대·기아자동차와 삼성, LG는 여기에선 최고 브랜드이며 K팝 등 한류 바람도 뜨겁다”고 전했다.

박 회장의 칠레 자랑은 이어졌다. 그는 “지난 20년간 경험을 해보니 칠레는 어느 곳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며 “사회 질서가 잡혀 예측이 가능하고, 투명하다. 여기에서 사업을 하면서 1원 한장 누구에게 줘 본 적 없다”고 했다. 칠레의 이런 특성은 독일계 이민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박 회장의 분석이다. 그는 “칠레는 스페인 식민지 영향으로 스페니시의 명예를 존중하는 국민성에 독일 이민자들의 질서의식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산티아고=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