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문우식 금융통화위원이 처음으로 참여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의 심각성과 함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려면 한국은행과의 정책공조가 중요하다”고 언급, 한은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가계부채 해결의 책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공개된 금통위 5월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금융기관 공동검사를 통해 실상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금통위원은 특히 “업황이 부진한 자영업자들이 소호대출에 의존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한은이 금융기관 공동검사 때 현장에 나가 연령층별, 소득구조별, 차주특성별, 업종별 등으로 대출 구조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중장기적으로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가 다중채무자, 집단대출, 고연령층 대출 등과 연관돼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의 거치 기간이 만료돼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어나지 않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 금통위원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 일본에서도 다중채무자의 급증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며 당시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참고할 것을 주문했다.

금통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 금리를 연 3.25%로 동결하면서 ‘금리 정상화(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은은 그러나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한 것과 김 위원장의 ‘정책공조’ 요구는 별개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라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도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아파트 집단대출의 연체율 상승과 고령층 가계대출의 부실위험을 경고했다”며 “금융당국이 한은의 통화정책에 간섭하는 듯한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통화정책은 너무 ‘큰 칼’ 이라는 인식도 한은 내부에 깔려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키는 계층에 대한 미시적 대책이 우선 집행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한은이 저신용·저소득층 금융지원에 나서달라는 요구를 우회적으로 했다는 분석도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