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디자인 공간’에서 ‘시민커뮤니티 공간’으로 전면 수정된다. DDP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적 전시행정’이라고 혹평한 곳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디자인재단은 최근 DDP 비전 및 추진방향 변경 등의 내용이 담긴 ‘DDP 콘텐츠 검토 및 보완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이번 용역은 DDP를 세계적인 디자인 명소로 만들겠다는 기존 계획을 수정해 시민 참여형 문화·전시 공간으로 바꾸기로 한 것에 대한 타당성 검증이다. 디자인재단 고위 관계자는 “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와 협의해 DDP 기능 수정계획을 마련했다”며 “오는 8월께 박 시장에게 중간보고를 한 후 용역 결과를 검토해 연말께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 수정계획에 따르면 우선 DDP 비전은 종전 ‘세계 디자인의 메카’에서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시민디자인의 장’으로 변경된다. 목표도 ‘디자인 정보체험 및 트렌드세터(유행 선도)’에서 ‘시민 및 커뮤니티 참여 공간’으로 바뀐다.

3개 시설 11개 공간으로 구성되는 DDP엔 당초 디자인 체험 공간 및 박물관, 컨벤션홀로 채워질 예정이었다. 이곳을 디자인 명소로 발전시켜 서울의 디자인 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디자인을 넘어 지역·창조산업 및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예컨대 동대문 패션, 창신동 봉제, 을지로 생활용품 등 인근의 전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등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도 마련된다.

이에 대해 시 디자인정책과 관계자는 “당초엔 디자인 관련 종사자에 국한된 공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모든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쓰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DDP는 더 이상 디자인에 국한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조만간 명칭 변경에 대한 논의도 검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 4996억원의 예산이 소요된 DDP는 박 시장 취임 이후 부침을 겪었다. 박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DDP를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하며 올해 예정된 1300억원의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올해 말이었던 완공 시점도 내년 4월로 늦춰졌다. DDP 기능이 전면 수정된데는 박 시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