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5년부터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하자 식당이나 호프집 주인들은 찜찜한 표정이다. 금연 규제 자체를 드러내놓고 반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규제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규제 대상도 너무 광범위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의 태도가 워낙 강경한 데다 많은 기업들이 강도 높은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어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남성 흡연율, OECD 최고 수준

정부가 강력한 금연 정책을 꺼내든 배경은 우리나라의 높은 흡연율이다. 한국의 만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은 2009년 기준 44.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그리스(46.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성인 여성 흡연율은 7%가량에 불과하지만 남성만 놓고 보면 세계적인 ‘골초 국가’다.

음식점 내 흡연 전면 금지는 당초 지난해 6월 국회에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가능해진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음식점 규모에 따라 150㎡ 이상은 올해 12월8일부터, 100㎡ 이상은 2014년부터, 100㎡ 미만은 2015년부터 전면 금연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같은 규제는 물가 서민생활 등의 이유로 담뱃값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꺼내들 수 있는 실질적이면서도 강력한 금연 정책으로 꼽힌다. 금연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크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200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손실)은 연간 5조6000억원을 넘는다. 흡연으로 인한 조기사망과 이에 따른 소득손실이 약 3조5000억원에 달하고 진료비가 1조4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도 흡연자 외면

기업들도 금연 분위기에 가세하고 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평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휴가를 보름간 더 간 것과 같다”고 말한다. 한 번 담배를 피울 때마다 5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하루 15개비를 피우는 흡연자는 1년에 보름가량을 흡연으로 날린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신입사원 선발 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도 2009년 ‘흡연율 제로(0)’ 선언을 하고 사내에 흡연구역을 없앴다. LG전자도 임원들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부터 금연 서약서를 쓰도록 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금연 확산에 나서는 것은 임직원 건강은 물론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2008년 미국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흡연자의 직장 결근율은 비흡연자보다 34% 높고 생산성은 1인당 연간 1760달러 낮다.

◆외식업체 “손님 줄어들까 겁나”

음식업체들은 내심 불만이다. 서울의 직장인 밀집지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술 마시는 손님들에게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싸움이 날 수도 있다”며 “가뜩이나 경기도 나쁜데 손님이 줄어들까봐 걱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호프집처럼 술을 마시는 공간에서 금연 규제가 전면 실시되면 손님들의 반발이 크고 매상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홍희경 외식업중앙회 정책국장은 “국민건강 차원에서 정부의 금연 정책에 반대할 수는 없지만 금연 정책을 모든 음식점에 다 적용하겠다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중앙회는 오는 8월 말까지로 예정된 입법예고 기간 중 규제 속도와 대상을 완화해 달라고 건의할 방침이다.

주용석/김현석/최만수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