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많다는 이유로 대기업 취업만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체 인생 계획을 세워야지, 눈앞에 보이는 것만 좇아선 안 됩니다.”

1982년 창업해 30년을 거대 다국적 기업들 틈 속에서 기술력으로 버텨온 국내 유일의 전기면도기 업체 조아스전자. 지난달 코엑스에서 열린 녹색성장취업박람회 후원을 시작으로 청년 구직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오태준 대표(58·사진)를 최근 서울 서초동 조아스전자 마케팅센터에서 만났다.

오 대표는 취업 준비생들을 보면 미안하다는 느낌부터 든다고 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학벌 지상주의’ 같은 불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긍정과 열정의 마인드로 무장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세상도 아닙니다.”

부산에서 태어난 오 대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서울로 올라와 청량공고(현 경기기계공업고)를 나왔다. 장학생이었던 그는 졸업 후 삼익피아노와 모나미에 입사했지만 박봉(1970년대 초 월급 6000원)에다 단순업무만 맡았다. “친구와 함께 미국 가서 태권도 사범이나 할 생각으로 회사를 나왔어요. 태권도장에서 연습하고 있는데 자전거 방향지시등을 만들어 수출하던 신미통상이란 곳에서 월급을 세 배 주겠다며 오라더군요. 기계 쪽은 자신이 있었어요.”

그렇게 들어간 회사도 몇 년 뒤 오일쇼크로 부도가 났다. “그땐 정말 벼랑 끝에 서 있었어요.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 셋을 먹여살려야 했으니까요. 가진 돈은 없었고 잘할 수 있는 건 기계 개발뿐이었죠.”

오 대표는 1982년 ‘남대문 큰손’이라는 사람을 무턱대고 찾아갔다. 도면과 사업계획을 들고가 3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당시 서울시내 2층 양옥집값이 평균 300만원 선. “3개월을 매일같이 찾아갔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 문구점에 가서 약속어음을 사오라고 하더군요. 500만원짜리 6장을 끊어주더라고요.” 오 대표는 3000만원을 3년 만에 모두 갚았다.

스무 살에 가장이 되었을 때 자신의 처지가 불만스럽지는 않았냐고 물었다. “불만이 없으면 발전도 없었겠죠. 하지만 ‘내가 할 일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에 덤벼들면 못할 것도 없는 법입니다.”

세계 전기면도기 1위 업체인 필립스, 브라운과 함께 국내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조아스전자. 오 대표의 계획을 들어봤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아들(오성진 전무)이 이제 ‘뉴 조아스’를 만들어갈 겁니다. 글로벌 강자를 단시간 내에 따라잡기는 힘들겠지만 괜찮아요. 나는 마라톤이 더 좋거든요. 하하.”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