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크루의 비보이로 춤에 미쳐 살았던 17세 날라리.

폼 나게 살고 싶던 이 소년은 ‘비보이’라는 목표를 갖게 되고, 최고의 비보이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춤에 빠져 살게 된다.

그에겐 공부도, 시험도, 대학도 딴 나라 이야기였다. 백 번을 넘어지고 머리를 찧으면서 비보잉의 기술을 하나씩 터득해 나간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비보이 팀인 피플크루에 입단한다. 그는 성공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 시기를 통해, 인생은 수없이 부딪혀야 비로소 값진 성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게 된 것.

17년을 공부와 담쌓고 살던 그는,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문득 ‘이 일을 평생 동안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춤을 추고 피자 배달을 통해 생활을 이어가는 삶, 그는 10년 후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가능성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가 결심한 제2의 목표는 공부였다. 공부와의 정면승부를 통해 또 다른 성공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렇게 고2 겨울방학부터 대학 입시에 도전했고, 춤에 미쳤던 것처럼 공부에 미쳤다.

중학교 1학년 이후로 책을 펼쳐본 적이 없어 당장 인수분해조차 할 줄 모르는 고2였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1년 후, 그는 대학생이 됐다.

대학생활을 맞자마자 세 번째 도전이 시작된다. 막연하게 꿈꿔 온 ‘회계사’가 되고 싶었다. 17년을 놀았지만 새로운 꿈을 꾸는 데 두려움은 없었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각오도 만만치 않았다.

삭발을 했고 휴대전화를 없앴다.

공부의 지름길을 찾아서 철저한 계획하에 움직였다. 그리고 1년 뒤, 그는 ‘19세 최연소 회계사’가 돼 신문 지면에 등장했다.
[인터뷰] 서준혁, '피자 배달하던 날라리가 회계사 된 비결은?'
비보이 출신 28살 회계사 서준혁 씨를 만나러 여의도로 향했다.

졸업후 회계법인에서 약 2년간 근무했던 서준혁 씨는 현재 모 금융회사 전략기획실에서 근무중이다.

그는 "기업 인수합병이나 신사업 개발 등에 관심이 많다"면서 "회계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도 기업에 관해 많은걸 공부할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고 계기를 밝혔다.

최단 시간,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공부작전을 실행해 학과장학금과 회계사 시험합격 두가지 성과를 동시에 낸 독한 20대.

그가 직접 쓴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낸 책 '날라리 비보이, 회계사 되다(대성)'를 통해 세상에 하고 싶은 얘기는 뭘까.

서준혁 씨는 "이 책은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세상에는 공부비법이 담긴 책은 너무나 많다. 난 단지 목표를 빨리 정하고 몸을 움직이라는 교훈을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아직 자신의 꿈을 모르고 방황하고 있는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 또는 학부모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고등학교를 자퇴했으면 다른 길로 갔을지 모른다. 앞으로 꿈은 계속 바뀔 수 있으니 학업만은 꼭 마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책은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해라’라는 식의 결론과 이론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시작과 열정만 있으면 된다’라는 단순 논리를 그의 삶의 과정을 통해 이야기한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