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민쥔, 왕광이, 장샤오강, 쩡판즈는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으로 꼽힌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2000년대 초만 해도 이들의 그림값은 1.6m 크기에 1000만~30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쩡판즈의 ‘가면’이 105억원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장샤오강의 ‘영원한 사랑’이 110억원에 낙찰돼 중국 현대미술 사상 최고가 낙찰 기록을 경신했다. 이들의 작품값이 10여년 만에 100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중국 ‘블루칩 작가’의 작품 가격이 치솟고 매물도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옐로칩 작가’에게 쏠리고 있다. 중국 화단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블루칩 작가는 누구일까.

국내외 인기작가 전시회를 많이 여는 서울 소격동 학고재화랑(대표 우찬규)은 루정위안, 마추사, 예링한, 짱쿤쿤, 투훙타오, 판젠, 하오량, 황진위안 등 20~30대 ‘중국 이머징 아티스트’ 8명의 작품을 모은 기획전을 마련했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출신으로 중국 현대미술 전문가 윤재갑 씨가 기획을 맡은 ‘유희적 저항’전이다.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로 이데올로기나 상업주의에 저항했던 ‘차이나 아방가르드’ 세대와 달리 톡톡 튀는 개성과 새로운 시도로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낸 중국 젊은 작가들의 회화, 조각·설치, 영상작품 60여점을 선보인다.

산수화를 바탕으로 중국풍의 표현주의를 개척한 투훙타오는 어메이산의 나무와 사람을 담담하게 그린 풍경화를 걸었다. 젊은 여성 작가 마추사는 예리한 면도칼을 입에 물고, 질풍노도처럼 달려가는 중국 경제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개인의 삶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중국 톈진 미술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짱쿤쿤(26)은 중국 주택단지에 설치된 운동기구들에서 시민들의 삶속 깊이 침투하는 권력의 행태를 보고, 정부가 제공한 수십 종의 운동기구를 조합해 아무도 사용할 수 없게 만든 작품을 출품했다.

우찬규 학고재화랑 대표는 “중국에서 호평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초대전 형식으로 모았는데 완성도가 높고 개성이 도드라져 놀랐다”며 “정체성을 탐색해온 작가들에게서 중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5일까지. (02)720-152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