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4.0보다 정부4.0을 먼저 얘기해야 합니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시장실패에 앞서 정부실패를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대학생경제포럼·바른사회시민회의·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하고 ‘정규재TV’가 주관해 5일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열린 ‘2012 대학생 미래경영 컨퍼런스’ 첫째날 세션에서였다.

김 교수는 “선진일류 정부를 봐도 공무원들은 신분상승에만 관심 있는데 한국은 더하다”며 “시장만능주의도 위험하지만 정부만능주의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와 대담을 한 정규재 한경 논설실장은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사이에서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면 안 된다”고 화답했다. 정 실장은 “지금은 정부실패를 소리 높여 얘기해야 한다”며 “정부가 선하고, 공정하고, 지식이 충분해서 적절한 판단을 한다는 억지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0여명의 참가자들은 김 교수를 비롯해 복거일 문화미래포럼 대표 등 경제 전문가들의 강연을 6일까지 10여회에 걸쳐 듣게 된다.

6일 일정에는 참가 대학생들이 동년배인 사회 선배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선배들의 수다’도 마련됐다.

이날 강연에서는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한 촌철살인의 논평도 나왔다. 정 실장은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을 ‘재벌 앞잡이’라고 한 것에 대해 “자신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가보위위원회 출신이니 군부 앞잡이 아니냐”고 촌평했다. 김 교수는 “지금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을 보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연사로 나와 대학생들에게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에 대해 강의했다. 조 행장은 “도태하지 않기 위해서는 성공에 교만하거나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생각이 세상을 바꾸려면 간절함과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들은 대학생들은 시장경제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한 대학생이 “대기업의 지나친 확장으로 중소기업이 하청업체가 됐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하자 정 실장은 “가격 후려치기가 오히려 기업을 강하게 키운다”며 “지금 현대자동차 납품업체는 이 덕분에 가격 싸고 품질 좋은 부품을 공급하기로 세계에서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