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리’와 같은 음성 개인비서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10년 내에 누구든 휴대용 기기에 ‘비서’를 넣고 다닐 수 있게 된다.

주말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골프를 치고 싶다면 비서 로봇들이 정보를 주고받아 약속을 잡고 골프장 예약사이트에 접속해 부킹까지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흥남)은 ‘스마트 상황인지 로봇’을 비롯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뇌파인지 인터페이스, 인쇄 가능한 태양전지, 저전력 서버, 빅데이터 등을 ‘향후 10년간 주목해야 할 정보기술(IT) 분야 10대 기술과제’로 선정했다.


(1)고해상도 홀로그램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쯤에는 안경을 끼지 않고 입체(3D) 홀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된다. 한국에 온 각국 선수단은 휴대폰이나 태블릿PC를 책상에 올려놓고 그 위에서 소녀시대 홀로그램이 공연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동통신망이 기가(GB)급으로 빨라져 홀로그램이 자연스럽게 구동된다. 홀로그램 TV, 홀로그램 입체게임도 가능해진다.

(2)뇌파인지 인터페이스

생각과 뇌의 반응을 간파해 각종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이 게임 의료 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폰이나 TV가 주인의 눈짓과 마음을 알아채 전화를 걸고 채널을 돌린다. 뇌파를 인지해 반응하는 인형은 이미 개발됐다.

앞으로 뇌파제어형 게임, 텔레파시 휠체어, 뇌파 조종 자동차, 뇌파 작동 로봇 등이 나온다.

(3)인쇄 가능한 태양전지

비닐이나 유리에 붙일 수 있는 ‘인쇄 가능한 태양전지’가 나온다. 유리창이나 비닐하우스에 태양전지를 붙이면 태양열로 발전해 냉난방용으로 쓸 수 있다.

거실 유리창에 태양전지를 붙여 놓으면 밤에는 조명기구가 된다. 여름에는 시원한 빛, 겨울에는 따뜻한 빛이 나오고, 여름밤에는 은하수를 띄워놓을 수도 있다.

(4)저전력 서버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함에 따라 곳곳에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하는데 전력 소모가 많은 게 문제다. 데이터센터는 2만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소모한다.

열이 적게 발생하고 전력을 적게 쓰면서 컴퓨팅 성능이 지금의 수십배에 달하는 서버가 나온다. 고효율·저발열 서버, 저전력 프로세서 등이 각광받는다.

(5)스마트 상황인지 로봇

고령화 사회가 되면 로봇이 보편화된다. 로봇이 노인 수발을 들고, 건강을 점검하고, 말동무가 되고, 영어도 가르친다. 현재 사람이 하는 일정 관리도 비서 로봇이 대체한다.

앞으로 음성 시각 촉각 후각 등을 인식하고 환경을 인지할 수 있는 센서, 주행 및 보행 제어, 인간-로봇 인터페이스 등의 기술이 중요해진다.

(6)맞춤 유전체 분석

유전체 분석에 걸리는 기간이 갈수록 짧아져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된다. 유전체를 분석하면 체질을 알 수 있어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은지, 어떤 사람과 궁합이 맞는지 알려줄 수 있다.

유전성 질환과 질병 발생 위험도 예측 가능하다. 암 비만 당뇨 등 특정 질병에 특화된 유전자도 분석할 수 있다.

(7)빅데이터 분석 기술

3년 전 미국 정부가 10조원의 신차 판매 지원 계획을 발표하자 구글은 바로 다음날 30조원쯤 필요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실제로 3개월 뒤 미국 정부는 지원금을 30조원으로 늘렸다.

구글의 예측이 적중한 것은 빅데이터를 분석했기 때문. 구글이 인터넷 공간의 새로운 신(god)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빅데이터 분석 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진다.

(8)인메모리 컴퓨팅

메모리 안에서 실시간으로 컴퓨팅이 일어나는 것을 ‘인메모리’라고 한다. 빅데이터 분석, 유전체 분석, 자동 통역 등을 하려면 내장 메모리를 키워 컴퓨팅 성능을 높여야 한다.

초고용량 인메모리를 적용하면 컴퓨팅이 훨씬 빨라진다. 인메모리 컴퓨팅은 금융정보 실시간 처리, 교통정보 실시간 처리, 생산-주문 실시간 관리 등에 적용할 수 있다.

(9)클라우드 컴퓨팅

각종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지 원격 접속해 원하는 서비스를 받는 컴퓨팅 환경이 보편화된다.

서비스 사업자들은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단말기 제조사는 스마트폰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보 보안과 서비스 안정화 등이 당면과제다.

(10)감성교류 스마트 러닝

교육은 학생이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스크린에 ‘아기돼지 삼형제’ 동화를 보여주고 카메라로 아이 모습을 촬영해 스크린에 뿌려주면 아기는 동화 속 자기 모습을 보면서 즐긴다. 손을 들어 사과를 따면 화면 속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가상현실이나 혼합현실의 몰입감을 반영한 학습이 보편화된다. 디지털 교과서도 일반화된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