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송파구 金씨, 현금 40억 비과세 저축성보험에 가입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 즉시연금과 저축성보험 등에 대한 선호 현상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안정성과 더불어 현금 창출 능력, 비과세 혜택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덕분이다. 주식 등 위험자산은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에서 즉시연금과 저축성보험이 독주하는 양상이다. 강남 부자들의 이들 상품에 대한 애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박모씨는 최근 20억원짜리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매월 받는 돈은 700만원. 연 이율을 따지면 5%가 채 안 되지만 박씨는 즉시연금에 투자한 것에 만족하고 있다.

그가 즉시연금에 주목한 것은 그의 투자 성향과 맞아떨어진 때문이었다. 박씨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성향이 컸다. 그동안 대부분의 자산을 정기예금에 넣어뒀다. 특히 저축은행 비중이 컸다. 별 일이 없었다면 그는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줄줄이 무너지자 생각이 바뀌었다. 저축은행에 대한 위험 부담이 늘어난 데다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고금리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매력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씨는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은 멀쩡한 저축은행이라도 은행 만기가 돌아오면 즉시연금으로 투자처를 바꿨다. 그는 “저축은행의 고금리가 매력적이어서 귀찮더라도 5000만원 미만으로 돈을 나눠 예금했는데 이제는 그런 노력이 무의미해졌다”며 “세금도 없고 매월 돈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원금 보장이 확실해 즉시연금에 가입한 이후 요즘 걱정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진수 씨는 즉시연금과 비슷한 저축성보험을 골랐다. 최근 수도권 땅을 팔아 손에 쥔 80억원 가운데 40억원을 비과세 저축성보험에 넣었다. 괜히 욕심을 부렸다가 원금을 날리기보다 안정적이면서 매월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가장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한 달에 1800만~2000만원을 받고 있으며 선택에 만족해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앞다퉈 부자 증세를 한다고 하는데도 별로 동요하지 않는다. 투자수익이 한꺼번에 발생해 고율의 세금을 내야 할 필요가 사라진 덕이다.

부자들의 이런 투자 경향은 프라이빗뱅커(PB)들로부터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조윤식 신한은행 분당센터PB는 “요즘 투자 상담을 해오는 고객 가운데 30~40%는 즉시연금과 저축성보험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이 같은 투자 형태는 하반기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1750 밑으로 떨어지면 분할 매수에 나서보겠다는 고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 자산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준영 외환은행 반포퍼스티지WM센터 PB도 “주식형 펀드는 찾지도 않고 권하지도 않는 상황이고 ELS에 대한 관심도 한풀 꺾이는 추세”라며 “물가연동채의 매력도 줄어들었고 채권가격은 많이 올라 자산가들이 딱히 이거다 싶은 투자 상품을 발견하지 못한 것도 즉시연금이나 저축성보험의 인기를 높인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PB들도 경제 상황을 불확실하게 보고 고객들이 위험 자산 비중을 높이는 선택할 때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 PB는 “요즘 경제 상황을 비유하자면 폭발하지 않은 화산이 여러 개 남아 있는 것과 유사하다”며 “시장 변동성이 상당히 커서 보수적인 자금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수익에 뒤따르는 것이 고위험이라는 진리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말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기다리는 것도 투자’라는 격언을 생각하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장 PB는 원자재 펀드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전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이 5~6년간 오르다 작년 이후 주춤거리고 있는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는 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확률이 크다”며 “환율 추이를 보면서 분할 매수에 나서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