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소야대’로 꾸려지면서 노조법과 비정규직법 등이 야당의 입맛대로 손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의원과 손학규 상임고문도 지난 5일 국회 경제민주화포럼 창립식에서 노동관련법 개정을 공언해 ‘친노동계 법안’이 대선공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재계는 야당의 개정안들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의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이 19대 국회에서 개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노동관련법은 노동조합법,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등이다. 노조법 개정안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대한 폐지가 골자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노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타임오프제도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선 헌법에 보장돼 있는 교섭권을 제한하는 만큼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지난 3일 이런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는 이미 정착단계에 있는 제도를 이제 와서 뜯어고칠 경우 현장에 큰 혼란이 생긴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기간제근로자의 ‘사용사유 제한’이 핵심이다. 출산 군입대 병가 등 특별한 사유가 발생할 때만 기간제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런 제한은 독일 일본 영국 등에는 없고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사용사유 제한이 적용될 경우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야당은 또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며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 등이 지난 5월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 기준 하한선을 ‘전체 근로자 평균 정액 급여의 50%’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총은 9일 성명을 통해 “노조법, 비정규직법 개정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환노위에 야당 의원이 많이 배치됨으로써 노동계의 구미에 맞는 법안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기업의 인력운영을 옥죄고 성장과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환노위 과반(위원장 포함 8명)을 차지함에 따라 노동계가 주장해온 노조법과 비정규직법안들의 처리 가능성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의원을 지낸 은수미 의원과 한국노총 출신인 한정애·김경협 의원 등이 민주당에 포진, 노동 관련 핵심이슈를 둘러싼 여야의 대결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핵심이슈에 대해선 전체 의원의 60% 이상 찬성이 있어야 법안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야당이 법개정을 강행하려 해도 여당의원 모두가 반대표를 던지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야당이 뜻대로 법개정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