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상가 '先임대-後분양'으로 불황 뚫는다
내년 초 경기도 성남시 동판교 중심상업지구에 들어설 스트리트 몰(길거리를 따라 길게 지어진 상가)인 아브뉴프랑에는 스테이크하우스 ‘부처스 컷’, 이탈리아 레스토랑 ‘올라’, 와인 레스토랑 ‘블루밍가든’, 한우구이 전문점 ‘투뿔등심’ 등 내로라하는 식음료 브랜드 점포 20여개가 임대계약을 마쳤다.

이들이 상가 준공까지 6개월이나 남은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점포임대에 나선 이유는 판교신도시 신상권에 대한 기대감과 시행사가 기획한 차별화된 점포구성(MD), 안정적인 임대운영 방식 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황점상 대표는 “부동산 호경기 때는 상가 개발업체들이 아파트처럼 점포를 선분양하는 게 관행이었다”며 “하지만 요즘엔 개발업체가 상가 점포구성을 미리짜고, 여기에 맞게 임차인을 들여서 상가 활성화를 시킨 뒤 점포분양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임대 방식 상가공급 잇따라

9일 상가개발업계에 따르면 ‘선임대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는 대형 신규상가는 울산 삼산동 업스퀘어, 경기 하남 신장동 유니온스퀘어, 인천 연수동 스퀘어원, 경기 일산 대화동 원마운트몰 등이다.

서울 신도림의 디큐브시티, 명동의 엠플라자, 눈스퀘어, 신림 포도몰, 경기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등도 선임대 방식으로 공급해서 초기 상권형성에 성공한 상가들이다.

한라건설이 시공하는 원마운트몰에는 자라 H&M 버쉬카 풀앤베어 마시모듀티 등의 패션 브랜드와 워터파크 스노파크 등이 들어선다. 내년 3월께 개장예정이다.

스퀘어원에는 대형마트와 유명 브랜드 의류, 아웃도어, 스포츠 용품, 푸드코트, 영화관 등이 임대로 들어올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문을 여는 업스퀘어는 영화관과 커피빈 하겐다즈 스시로 등 유명 F&B 매장이 임대 계약을 맺었다. 유니클로도 1, 2층에 전용 1800㎡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 밖에 신세계그룹이 참여하는 유니온스퀘어도 700여개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한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임대점포 수익성 잘 따져봐야

상가개발업계에서는 앞으로 ‘선임대 후분양’ 상가 공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점포를 분양하지 않고 시행사가 직접 운영하는 ‘100% 임대방식’도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시장 위축 상태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당장 월세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점포를 선호한다. 이에 따라 개발업체들도 상가건물을 준공해서 점포임대를 완료한 다음 1~2년씩 상가운영을 해가면서 점포 분양에 나선다.

상가전문가들은 “임대상가의 성공을 좌우하는 건 MD”라며 “대형 상가의 경우 해당 업종의 선두 브랜드와 지역 특성에 맞는 브랜드가 섞여야 상권 형성이 빠르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소장은 “선임대 점포에 투자할 때는 현장 실사를 통한 임대수익의 거품 여부, 상권 지속성 전망, 시행사의 자본력과 MD 기획력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