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입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줄 리가 없잖아요.”

2006년 KBS 개그콘서트에서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니? 다 되지’라는 유행어로 인기를 누렸던 개그맨이 있었다. ‘일구야, 안 되겠니’라는 유행어를 남기고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춘 개그맨, 바로 고혜성 자신감코리아 대표(37·사진)다. 자기계발 전도사로 변신한 고 대표를 최근 한국경제신문에서 만났다. 3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 내내 그의 표정은 자신감 그 자체였다.

“한 달에 열 번 정도 강의를 나갑니다. 4년간 400회가 넘었어요. 요즘 삼성전자와 웅진코웨이 강의가 많습니다.”
개그맨 고혜성, 4년간 400회 강연…'자신감 명강사'로 변신
그의 강의 주제는 ‘자신감’과 ‘긍정의 힘’이다. “고생을 많이 했어요. 죽을 고비도 넘겼고요.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배경이니까요.”

그의 몸에 난 상처와 수술자국을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 대표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성남 성일상고 1학년을 자퇴한 뒤 신문배달, 가락시장 야채배달, 분당지하철 공사현장 막노동 등으로 가계를 도왔다. 군 제대 후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걸레와 사다리를 들고 간판 세척일을 했다.

간판 제작업에 뛰어든 그는 간판 설치 중 3층에서 떨어져 발뒤꿈치 골절상을 입었다. “영구장애 판정이 떨어졌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4개월간의 재활 끝에 다시 걷게 됐지만 다리를 쓰는 일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시작한 게 퀵서비스. 하지만 또다시 교통사고. 걷는 것이 힘들어 인터넷 사업을 생각하다 2000년 한글도메인 등록대행을 어렵게 시작했다. 운이 따르는 듯했다. “하루 매출이 3000만원(건당 등록비용 6만원)을 넘겼어요.” 몇 달간의 호황은 경쟁사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막을 내렸다. 도메인 사업을 접은 그는 레크리에이션강사 자격증을 따고, 2003년엔 춤에 빠져 댄스학원도 운영했다.

그러던 중 오랜 꿈이었던 개그맨이 되고자 공채와 오디션에 도전했다. 10번 이상 고배를 마셨다. 2005년 KBS 개그사냥 오디션을 끝으로 꿈을 접기로 하고 개그맨 지망생 후배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좀 조용히 하면 안 되겠니, 내가 능력은 없어도 청력은 좋거든”이란 말 한마디가 좌중을 웃기면서 그 다음주 마지막 녹화에서 1등을 차지해 개그콘서트에 특채됐던 것.

2006년 7개월가량 큰 인기를 누리며 10여개 광고 모델까지 맡았다. 그것도 잠시. 개그 소재가 떨어지며 TV 화면에서 그의 모습은 사라졌다. “2007년에는 벌어놓은 돈으로 살고 있었죠. 후배들이 책을 써 보라고 하더군요. 실패를 많이 해 재미있을 거라며….”

그렇게 써낸 책이 ‘고혜성의 자신감대통령’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남해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강의를 해달라고 했어요. 몇 달 뒤 한국리더십센터에서 강연을 한 번 했는데 그 후 찾는 곳이 많아졌지요. 작년엔 암웨이 직원 5000명 앞에서도 강의했어요.” 강연 효과로 그의 책은 2만권 이상 팔렸다.

최근 후배들과 함께 개그공연 ‘백억클럽’을 시작한 고 대표의 꿈은 토크쇼 MC다. “제 롤모델은 오프라 윈프리입니다. 머지않아 ‘MC 고혜성’을 보게 될 겁니다. 대한민국에 안 되는 건 없거든요. 다 되지. 하하.”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