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하반기부터 퀄컴의 모바일 프로세서를 생산한다. 갤럭시폰에 들어가는 엑시노스칩, 애플 아이폰의 A5X칩에 이어 LG전자 HTC 화웨이 등이 사서 쓰는 퀄컴 스냅드래곤칩까지 만든다. 세계 모든 스마트폰에 삼성전자 모바일 프로세서가 탑재되는 셈이다.

애플, 퀄컴까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에 생산을 맡기면서 파운드리(수탁생산) 시장에서 25년간 독보적 1위를 차지해온 대만 TSMC를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에 이어 퀄컴 확보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하반기 중 퀄컴의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S4’ 칩을 파운드리 방식으로 생산한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이 삼성전자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퀄컴은 세계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로 생산은 TSMC에 위탁해왔다. 올초 28나노 공정에서 양산을 시작한 TSMC가 수율을 높이지 못해 S4칩을 원하는 만큼 받지 못하자 삼성전자를 제2 파운드리 협력사로 선택했다. 제이컵스 회장은 지난 4월 “공급난이 올 2, 3분기에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다른 파운드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엔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통신칩이 필요하다. 퀄컴은 4G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칩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 두 칩을 하나로 결합한 통합칩(스냅드래곤)도 퀄컴만 내놓고 있다. 지난 1분기 단가 210달러대인 스냅드래곤칩을 1억5200만개 팔았다.

삼성전자는 퀄컴 등 새 고객이 몰리자 지난달부터 6조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에 신규 라인(17라인)을 짓기 시작했다. 미국 오스틴의 메모리 라인도 시스템반도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파운드리 맹주 TSMC 잡는다”

시스템반도체는 설계(팹리스)와 제조(파운드리)가 나뉘어 발전해왔다. 제품 특성상 소량 주문 시스템이어서 모든 설계 회사가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추기 어려워서다. 이 때문에 설계에 특화된 퀄컴, 엔비디아 등과 제조 공정에 특화된 TSMC가 공존해왔다.

삼성이 애플에 이어 퀄컴을 고객으로 확보한 것은 파운드리 시장이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얘기다. 1987년 설립된 TSMC는 파운드리 산업의 개척자로 설립 후 업계 1위를 지속해왔다.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의 48.8%를 차지해 146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 19억7500만달러의 7배를 넘는다.

그러나 상황은 삼성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미세공정이 진행될수록 설계와 생산을 같이 하는 삼성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나노와 같은 초미세 제품을 공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설계할 경우 공정이 따라갈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애물단지’였다. 메모리반도체는 1992년부터 1등을 지켜왔으나 1990년대 말 뒤늦게 투자를 시작한 시스템반도체는 2008년까지도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기회는 ‘모바일’에서 찾았다. 2007년부터 모바일AP를 전략 상품으로 삼아 집중 투자했다. 스마트폰용 모바일 AP는 소비 전력량과 크기를 줄이는 기술이 필요한데 미세공정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삼성전자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모바일AP 시장에서 단일칩으로는 66%, 통합칩을 더한 전체로는 33%의 점유율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2009년 글로벌 10위였던 시스템반도체 매출도 5위로 올랐다.

■ 모바일AP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 중앙처리장치와 모바일D램, 그래픽칩 등을 결합해 만든다. 통신칩인 베이스밴드칩(BB)까지 결합한 통합칩(원칩)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BB를 따로 넣는 투칩 형태가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