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공공부채가 국가신용등급에 악재라고 경고하고 공기업은 독자신용도가 지속적으로 하향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이들 공기업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할 경우 정부가 과거처럼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확실치 않다고 전망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효율화’라는 미명 아래 돈 되는 공기업은 무조건 팔아치우거나 민간위탁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민영화 대상이 공항 철도 국책은행 등 국민의 삶과 산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사회 각계에서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부 민영화 대상 공기업의 경우 정부가 내세우는 ‘효율성 논리’와 배치되는데도 정부는 매각을 강행할 태세다.

최근 민영화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인천공항은 직원 899명으로 1인당 순이익 4억원을 내는 대표적 알짜 공기업이다. 작년 매출 1조4966억원으로 8년 연속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공항업계 노벨상이라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 7연패, ACI 명예의전당에 최초로 등재된 인천공항이다. 2001년 개항 이래 국제화물운송 세계 2위, 여객운송 세계 8위, 취항 항공사 78개, 환승객만 연 566만명이다. 이런 알토란같은 기업을 정부가 나서서 팔려고 한다.

英 히드로공항 민영화 뒤 서비스 수준 45위→107위

정부는 지분 51%를 갖고 49%의 매각 예정 지분 가운데 외국인 몫은 30%로 제한하므로 국부유출 위험이 없다고 한다. 정부가 여전히 지분 51%를 갖고 있으니 경영권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논리는 허점 투성이다. 첫째, 정부는 ‘선 기업공개(IPO) 후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인데 자산평가가 터무니없이 낮아 헐값매각 우려가 크다. 우량 공기업의 가치를 낮게 책정해 그 지분의 30%를 외국 특정 기업에 넘겨주겠다는 얘기다.

둘째, 51% 지분이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도 허술하다. IPO 후 외자를 유치하면 동일 비율로 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이상 51% 지분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인천공항의 최대 주주자리가 외국 투자자에게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얘기다. 셋째, 소위 돈 되는 면세점 등은 팔고 돈 드는 활주로 등을 정부가 보유할 경우 이것이야말로 특혜의 온상이고 국부유출의 전형이다.

넷째, 민영화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투자업체는 단기순익을 남기려고 하고 면세점은 돈 되는 외제 고가품만 팔 것이고, 공항 유지비 절감 차원에서 출국 게이트나 티케팅카운터를 줄일 것이다. 최소 투자로 최대의 이익을 취하는 게 민간자본의 속성이다.

신자유주의의 원조격인 영국의 철도민영화가 대표적이다. 영국은 1980년대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철도민영화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민간업체의 시설투자 축소, 이로 인한 설비 노후화로 후진국형 대형 철도사고, 운임상승, 서비스 저하 등의 3중고로 역대 최악의 민영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외국 민간자본의 손에 넘어갈 경우 영국 철도 민영화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심지어 주차요금 등 부대시설 이용요금까지 오를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호주의 시드니공항은 운영권을 민간에 넘긴 후 각종 이용료가 크게 올랐다. 현재 시드니공항의 주차료는 인천공항의 6배에 달하고 승객이 부담하는 공항이용료도 10배나 비싸다. 민간기업이 최대 주주인 영국 히드로공항은 1987년 민영화 이후 시설투자 부족으로 서비스 순위가 45위에서 107위로 추락했다. 정부가 지분 매각의 성공 사례로 자랑하는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조차 인천공항보다 경영평가 점수가 낮다. 인천공항은 수익성이나 잠재적 가치를 감안할 때 채권발행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필요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효율화’라는 신자유주의적 미망에 기초한 인천국제공항 지분매각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산은지주 지분 매각도 새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야

이 같은 맥락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은행지주의 지분매각과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각각 론스타, 뉴브릿지캐피털이 인수했던 외환은행, 제일은행의 재매각 과정에서 이들 사모펀드들이 수조원의 시세차익을 누리고 빠져나가면서 ‘먹튀논란’을 야기했던 쓰라린 경험을 교훈삼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산은지주의 경우 2014년 5월까지 민영화를 위한 최초 지분매각을 위해 올 10월 중 IPO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미 ‘산업은행의 대외채무에 대한 국회 보증동의’를 얻기 위해 국회에 보증동의 요구안도 제출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환경은 이명박 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하던 2008년과 크게 달라졌다. 글로벌 재정위기와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아 각국은 금융기관의 공적책임을 보다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년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적금융기관과 일반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 등 금융의 공공성 확보 방안과 이에 따른 산은의 발전 방안이 새로 수립될 것이다. 따라서 산은지주의 민영화는 새 정부가 출범해 금융기관 재편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보류함이 마땅하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매각을 시도했다가 불발됐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4월30일 또다시 매각공고를 하고 7월27일까지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 이후 예비실사와 최종입찰제안을 거친 후 10월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우리금융지주의 정부소유 지분매각이 일정 부분 필요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의 경우 지방은행 육성 차원에서 분리매각이 필요하다. 또 우리은행을 다른 대형 시중은행이 인수할 경우 사실상 초대형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이로 인한 은행의 독과점 심화 및 대형화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도 한층 커질 우려가 있다. 이미 국내 대형은행의 돈 쏠림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초대형 메가뱅크 출현이 가져올 국내 금융 생태계 변화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주승용 < 국회 국토해양위원장 >

△성균관대 전자공학과 △고려대 무역학 석사 △통합여수 초대 민선시장 △민주통합당 초대 정책위의장 △3선 의원(전남 여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