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 참치(참다랑어) 어획량 동결을 요구하면서 양국 간 때아닌 ‘참치 전쟁’이 불붙었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덜 자란 참치까지 잡아 어자원이 고갈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고등어와 함께 잡힌 ‘혼획(混獲)’ 참치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올 들어 일본 내 한국산 참치 수입이 급증하자 일본 수산청이 한국 정부에 태평양 지역의 참치 어획량을 늘리지 말도록 공식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주 일본 수산당국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서신을 받았다”며 “이르면 다음주 공식 답변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수산청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산 참치 수입량은 올 들어 이달 19일까지 총 1341으로 이미 작년 연간 수입량(525)의 두 배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에만 우리나라 수출량이 일본 내 어획량과 비슷한 500에 달해 일본 내 참치값이 급락했다”며 “일본 수산업계는 값싼 한국산 참치가 자국 시장을 침범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가 잡은 참치 대부분이 ‘30㎏ 미만 미성숙어’로 어자원 보호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중서부태평양 수산위원회(WCPFC)는 각국에 미성숙 참치 감축 목표를 부과하면서 일본에는 연간 참치 어획량을 2005~2009년 평균치(6100)보다 26% 적게 할당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감축 의무에서 제외하는 대신 2002~2004년 어획량을 유지하라는 권고사항이 내려졌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고의적으로 단속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10여척의 고등어 선망선이 그물에 섞여 들어온 혼획 참치를 수출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일본 측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 어선에 잡힌 참치는 대부분 5㎏ 정도의 치어”라며 “국내에선 상품성이 없어 대부분 고깃밥 처지인 데 반해 일본에서는 선어로 팔면 꽤 값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어민들은 “한국이 혼획을 가장해 본격적인 어획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자칫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 주 안에 현장조사를 실시, 일본 측의 주장이 맞을 경우 어획량 조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사태는 일본 정부가 한국산 참치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다. 참치 일본 수출 규모는 한 해 50억~60억원에 그치지만, 대부분 영세업자들 몫이어서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백운목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등에서 참치 소비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국제가격이 당 22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수산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신경전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도쿄=안재석 특파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