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무더기 이익을 챙겼다는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어떤 감독 행태를 보였는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 감독의 초점은 건전성관리와 가계부채 문제에 집중됐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신용위험이 증폭되면서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가산금리를 올렸다. 커진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자 작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은 채 지난해 8월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624조원)은 한 달간 5조원 이상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월간 가계대출 한도를 직전월 대출 잔액의 0.6%로 묶자 농협 등 일부 은행은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이런 부작용을 감안해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대신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9월4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한국은행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은의 금리인상을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틀 후에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제어하려면 총유동성 관리가 적절하다”며 권 금감원장을 거들었다.

하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9월 금통위 직후 “금리는 무차별적으로 적용돼 매우 영향이 크다”며 금리를 올리는 대신 금융당국의 미시적인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은행을 통한 가계대출의 총액제한이 어려워진 가운데 한은마저 금리를 동결하자 금융당국은 미시적인 방안으로 대출금리 인상을 사실상 용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에서는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려면 결국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정공법은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 것인데, 기준금리는 그냥 둔 채 금융위가 (가산금리를 올릴 수 있도록) 슬쩍 팁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미시적 방안’이라는 멍석을 깔아주고 금융위가 대출금리 인상을 용인하자 은행은 부담 없이 이자수익을 챙긴 측면이 있다.

서정환/류시훈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