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 인근의 한 유명 브랜드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문을 닫았다. 본사 직영매장이었지만 2000만원이 넘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급하게 나가느라 3억원에 이르는 권리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떠났다”고 전했다.

반면 강남대로변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 옛 뉴욕제과 빌딩은 제일모직의 의류브랜드인 ‘에잇세컨즈’ 매장 입주를 앞두고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제일모직은 전체 6층짜리 빌딩의 1~4층을 빌리면서 보증금 50억원에 4억원의 월세를 내기로 했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벤처기업 열풍과 국내 최초 ‘도심형 복합쇼핑몰’인 코엑스몰을 앞세워 강남 최고 상권으로 부상했던 테헤란로(강남역~삼성역)가 삼성타운과 지하철 신규 개통이란 호재를 안게 된 강남대로(신사역~양재역)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삼성타운과 지하철 개통이 호재

강남대로 상권의 확대는 100만명에 이르는 유동인구 덕분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에프알인베스트먼트의 조사 결과 강남역 8개 지하철 출구의 하루 유동인구는 98만7300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사옥이 밀집한 삼성타운 입주(2007년 8월)와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2009년 7월)과 신분당선 강남역(2011년 10월) 개통 등 유동인구를 급증시키는 호재가 잇따르면서 빌딩값과 임대료도 덩달아 뛴 것이다.

강남권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대로 인근 상업용 빌딩값은 최근 1~2년 새 15~20%가량 올랐다. 옛 뉴욕제과 등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 빌딩의 매매시세(3.3㎡당)는 5억~6억원으로 작년보다 1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유흥업종이 모여 있는 이면도로 신축상가도 1억~1억5000만원대에 분양 중이다. 신분당선 출구가 있는 강남역 남측의 상가(165㎡) 월세는 작년 6월 950만원에서 지난달에는 1350만원으로 뛰었다. 보증금도 500만원 상승했다.

강남대로 상권은 남북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영동시장을 중심으로 노후 빌딩이 많은 북측 신논현역과 3호선 신사역 사이도 오름세다. 대로변 빌딩 거래가(3.3㎡당)는 1억6000만~2억원으로 작년보다 10% 뛰었다.

◆테헤란로 경기침체 직격탄

하지만 외국계 기업과 정보기술(IT)업체가 모인 테헤란로 상권은 주5일제 근무 확산과 구로디지털밸리 등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상권의 활기가 떨어지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권리금 3억원에 보증금 5억원, 월세 1500만원 이상을 제시해도 구하기 어렵던 선릉역 일대 상가(99㎡) 점포는 최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권리금은 아예 없다.

대형 빌딩들이 많은 탓에 매장 크기가 지나치게 크게 구성된 것도 점포 임대가 원활하지 못한 요인이다. 강남역과 신논현 등 강남대로변은 33~66㎡ 상가가 대부분인데 테헤란로는 99㎡를 초과한 경우가 많아 월세도 1000만원을 웃돈다. 경기침체로 테헤란로에 둥지를 튼 IT업체들이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서울 구로·가산동의 지식산업센터나 판교 테크노밸리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상권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연구위원은 “2014년까지 코엑스 리모델링이 끝나고 지하철 9호선 연장선 등이 개통하면 상권이 회복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