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17개 지방정부가 파산 직전의 위기에 몰려 조만간 중앙정부에 긴급 재정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복지버블 은행부실 등으로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처럼 지방정부까지 디폴트 위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재정위기가 지방까지 확산되면서 스페인이 지난달의 금융산업 긴급융자에 이어 국가 차원의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도 10개 지방도시가 디폴트 직전 상황이라고 한다. 24일엔 이탈리아 로마에 200여명의 지방도시 시장들이 모여 긴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만큼 위기감은 크다.

스페인 이탈리아 두 나라는 지역감정이 워낙 강해 지방분권형 정치체제가 일찍부터 도입되었다. 재정집행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도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유로화가 도입된 2001년을 전후로 본격화된 버블은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집행으로 이어졌다. 선거를 치를수록 증폭되는 선심 경쟁이 기름을 부은 것은 물론이다. 스페인 발렌시아주의 경우 1998년 준공한 과학공원에 아직도 약 6억유로의 부채가 남아 있다. 작년 3월 1억5000만유로를 들여 만든 신공항은 이용객이 거의 없다. 이렇게 지역 총생산(GRDP) 대비 부채 비율은 2007년 11%에서 작년 20%까지 치솟았다. 다른 지역에서도 불필요한 도로와 철도 건설이 줄을 잇고 무상의료와 교육이 강화됐다. 바스크는 1%에서 8%로 여덟 배, 카스티야라만차도 3%에서 10%로 세 배나 부채가 늘어났다. 과도한 지방분권과 포퓰리즘의 합작이 바로 재정파탄이다. 대중은 민주주의를 무책임의 정치로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