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상가' 속출] 경기침체로 상가 무더기 경매…강남·동대문도 텅 빈 점포 수두룩
경기 용인 동백지구의 핵심 상업시설인 ‘쥬네브시티’는 2006년 10월 완공됐지만 아직 분양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분양된 점포의 절반 이상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텅 비어 있다. 상권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최근에는 123개 점포가 한꺼번에 경매에 부쳐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곳곳에 ‘유령상가’ 속출

['깡통상가' 속출] 경기침체로 상가 무더기 경매…강남·동대문도 텅 빈 점포 수두룩
한때 은퇴세대의 노후대비용 투자로 각광을 받았던 상가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경기침체에 빈 점포들이 늘어나고 가격은 거침없이 폭락하고 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은 2000년대 대거 공급된 테마상가들이다. 동대문 일대에 조성된 10개 가까운 의류 테마상가 가운데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두산타워 등 2~3곳 정도다. 나머지는 80~90% 이상 점포가 비어 있는 ‘유령상가’다. 패션TV 라모도 등은 건물을 다 지었는데 개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테마상가 하나당 수천명이 수천억원을 투자했다”며 “지금 상태에선 투자 원금을 거의 다 날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강남 최고의 요지인 강남역사거리 인근 점포밀라노도 1층 전면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점포가 비어 있다. 제기동 경동시장 인근의 한방 테마상가인 동의보감·불로장생타워, 종로 국일관드림팰리스, 천호동 나비쇼핑몰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이자 감당을 못해 경매에 부쳐지는 상가들도 속출하고 있다. 신도림동 테크노마트의 경우 164개 점포가 한꺼번에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00년대 들어 조성한 수도권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상가 시장의 붕괴도 심각하다. 그나마 인기가 있는 판교 광교의 근린상가마저 대규모 공실사태를 맞고 있다. S건설이 서판교에서 분양한 6개 상가는 작년 8월 완공됐는데도 아직 분양률이 40%대다.

◆“급급매도 안 팔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1% 안팎에서 움직여왔지만 올 들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김용선 한은 조기경보팀장은 “상업용 대출은 대출자의 신용도가 낮고 경기변동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자영업자 소득 여건이 악화되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업용 대출 내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중·저신용등급 채무자 비중은 38.4%로, 주택담보대출(29.4%)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상가대출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부동산 가격하락에 더욱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상가를 잘못 사면 주택을 잘못 산 것보다 훨씬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설명이다. 분양대행업체인 랜드비전의 이창언 사장은 “상가 관리비는 아파트 관리비의 두 배가 넘는다”며 “임차인을 제때 구하지 못하거나 도중에 나가버릴 경우 상당한 금액의 관리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경매전문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아무리 시장이 침체라도 아파트는 급급매물로 내놓으면 팔리지만 상가는 그렇지 않다”며 “감정가격의 10%대까지 떨어진 상가가 경매시장에 널렸다”고 말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문제에 가려 있었지만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이현일/정소람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