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BRICs) 국가들의 경기하락세가 심상찮다.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도 취약하다. 평균 성장률은 4.6%다. 5년 전 9%의 절반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브릭스 주식 시가총액도 3년래 최저수준이라고 전한다. 인도가 가장 심각하다. 수출은 2개월째 줄어들고 무역적자만 100억달러다. 인플레이션이 8%에 달해 중앙은행이 어떤 조치도 하지 못하는 지경이다. 외국인 투자액은 2010년 300억달러에서 지난해엔 160억달러까지 줄었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경제성장률도 먹구름이다. 러시아의 수출증가율은 1월 3.8%에서 4월 1.3%까지 떨어졌다. 매년 두 자리 성장률을 기록하던 중국은 지금 8%가 목표다.

한때 세계 자본의 블랙홀이었던 브릭스였다.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고 세계 경제를 선도해갈 것이라는 장밋빛 찬가가 울려퍼졌다. 국내에서만 수백 개 브릭스 펀드가 생겼다. 해외 투자액의 90% 이상을 브릭스에 투자한 때도 있었다. 이들 국가의 쇠락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수출 감소와 내수 수요 감소가 원인이다. 여기에 석유나 광물 등 원자재가격의 하락도 결정타를 날렸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역시 무분별한 포퓰리즘과 만연한 부정부패에서 더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인도 정부는 경기회복보다 빈곤층 무상급식과 보조금 지원 등에 더 골몰하고 있다. 브라질에선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취임 이후 7명의 관료가 부패로 사임했다. 중국의 부정부패는 익히 아는 바다. 낙후된 정치가 재정 운용을 방만하게 만들고 시장을 교란시키며 내수를 약화시킨다. 인도는 반외국 정서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브릭스 국가 정상들은 존재감을 확인시키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다. 지난 6월 멕시코 G20 정상회담에선 별도의 회합을 가지기도 했다. 브릭스 간 통화스와프를 위한 브릭스 은행 설치론까지 나와 있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하락, 수출시장 위축, 정치 포퓰리즘의 3박자가 브릭스를 침몰시키고 있다. 지금의 위기가 지나가면 세계 경제지도 역시 새로 그려질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온다. 개도국의 국부가 심각하게 삭감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