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독일이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계획을 수용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ECB의 시장 개입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사진)는 3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ECB가 어떤 조건으로 국채 매입을 계획하고 있는지 세부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며 “스페인 국민들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하겠다”고 말했다. ‘유럽 구제금융기금에 국채 매입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라호이 총리는 ECB가 발표한 재정위기국가의 국채 매입 방안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라호이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던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도 “구제기금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었다.

그렇지만 이날 라호이 총리는 전날 국채금리가 7%대로 다시 뛴 것과 관련, “시장 개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발언의 영향력을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다”며 “국채 금리 급등을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고 대응의지를 표명했다.

ECB의 국채 매입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온 독일 연립정부도 이를 수용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소속 정당 의원이 ECB의 국채 매입 계획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독일 집권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의 엘마르 브로크 집행위원은 ECB의 국채 매입 방안에 대해 “위기 해결을 위한 현명한 중도(wise middle way)”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르베르트 바르틀레 CDU 예산담당 대변인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은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고 국채 매입은 그 매뉴얼 안에 있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도 이날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ECB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을 반대하는 이사”라며 “나머지 이사들은 찬성 쪽으로 돌아서 바이트만 총재만 고립됐다”고 보도했다.

ECB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자 유럽 증시도 올랐다. 이탈리아 FTSE MIB지수는 이날 장중 전날보다 6.34% 폭등했다. 스페인 IBEX지수도 6% 급등했다. 프랑스 CAC지수와 독일 DAX지수는 각각 4.01%와 3.92% 올랐다. 7%대를 웃돌던 스페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6.84%까지 떨어졌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