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잡겠다던 기아차 'K9', 신기술 조목조목 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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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에 세계 최초는 없지만 국내 최초는 많습니다."
기아차가 지난 5월 선보인 후륜구동 대형 세단 'K9'에 적용된 신기술을 두고 한 말이다. 수입차의 신기술을 모아 '신기술의 집합체'로 만들었다는 K9을 5일 시승했다.
K9은 애초부터 독일 프리미엄 세단을 겨냥해 개발됐다. K9에는 국내 최초 신기술은 3개, 각종 차량에 탑재된 주요 신기술 6개가 모여있다. 어느 수입차 브랜드의 어떤 신기술을 '총집합'시켰을까. 신기술을 조목조목 사용하며 최근 시승에 나섰다. 시승한 차량은 K9 3.8GDI '풀옵션' 모델이었다.
◆K9 안에 BMW·볼보 있다
차량 전면 유리에 속도,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홀로그램'처럼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있다. BMW가 세계 최초로 선보이면서 화제가 됐던 기술이다. BMW의 3시리즈 이후 대부분의 모델에 이 기술이 달렸다. 기아차가 국내 자동차 업체 최초로 K9에 이 기술을 장착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눈 앞에 마주하니 예상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시선에 들어왔다. 내비게이션의 안내가 차량 전면부 유리에서 이뤄질 때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유리에 비쳐 정보를 전달하는 탓에 그래픽이 흐릿하지는 않을까 생각했지만 시승 중에 구현된 모습은 선명했다.
후측방 경보 시스템은 K9이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대부분의 수입차에는 탑재된 기술이다. 볼보에서는 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 시스템으로 불린다. 볼보의 C30 해치백 모델을 제외한 전 모델에 탑재했다. 닛산은 올해 출시한 올 뉴 인피니티 JX에 주행 중 전방과 후방을 감시하는 '무빙 오프젝트 디텍션' 기능을 추가했다.
'BLIS 시스템'이 측방 경보만 가능하다면 K9은 후측방을 모두 감시했다. 레이더가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감지해 경보음, 진동 등 다양한 수단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줬다. 운전자의 차량과 가까워지는 다른 차량의 속도까지 계산했다.
일부러 후측방에서 차량이 접근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 봤다. 반응 속도는 2초가 지나지 않았다. 차량 어딘가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이때 차선까지 변경하면 시트가 진동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사고 위험을 전달했다.
'전자식 변속레버' 역시 K9이 국산차 최초로 탑재했다. 후륜 8단 변속기로서 기계적인 연결에 의한 변속이 아닌 전자통신 제어로 변속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 K9이 말한다 "공부하세요"
국내 최초 탑재 기술 외에도 K9이 자랑하는 신기술은 6개나 더 있다. 주행조건과 환경에 따라 헤드램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LED 풀 어댑티브 헤드램프’, 주행모드 통합제어 시스템, 유보(UVO)가 탑재된 9.2인치 ‘DIS 내비게이션’ 등이다.
K9에 올라 이같은 내용을 모두 숙지하고 시동을 걸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시간. 말그대로 '공부가 필요한 차'였다. 눈 앞에 놓인 버튼은 족히 30여 개가 넘었다. 태블릿PC를 생애 처음으로 접할 때의 기분과 비슷했다.
신기술을 대거 장착한 K9은 '고명이 잔뜩 올라간 비빔밥'과 같다. 기아차에서는 '신기술의 총합체'로 내놓았지만 화려한 신기술을 잔뜩 모아놓으니 K9만의 색깔은 다소 퇴색된 듯 했다. 하지만 태블릿PC의 작동법을 알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듯 K9도 마찬가지다. 신기술에 적응이 되면 차량의 무게감과 뛰어난 안정성, 정숙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K9의 가격은 3.3ℓ 모델 5290만~6400만 원, 3.8ℓ 모델은 6340만~8640만 원이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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