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그리니치파크의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사격 50m 권총 결선.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 선수(33·KT)가 100점을 쏴 본선 점수 562점과 합계 662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결선 10발 중 9발까지 후배 최영래 선수에 1.6점 차로 뒤지다 마지막 한 발에서 역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m 공기권총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진 선수는 50m 권총에서 정상에 오르며 올림픽 2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 사격 사상 첫 올림픽 2연패와 2관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진 선수의 뒤에는 10년간 그를 ‘지원 사격’해온 KT가 있었다. 진 선수는 KT의 정규직 직원이다. 2004년 KT에 입사해 현재 KT 부산마케팅단 소속의 매니저 신분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없이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선수들이 기업의 후원을 받거나 기업 스포츠단에 소속돼 기간이 끝나면 자유계약 선수로 전환되는 것과 비교된다.

KT는 진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사용한 권총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권총으로 이석채 KT 회장이 지원해줬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총기회사 스테이어 스포츠가 진 선수를 위해 만들어 준 스페셜 에디션(한정판)이다. 이 회장은 진 선수가 해외대회 참가 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하기도 했다. 진 선수가 남다른 집중력으로 세계 정상급 사수의 자리를 지켜온 것은 KT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장은 6일 아침 진 선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한국 선수 사상 첫 하계 올림픽 개인종목 2연패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장하고 대단하다”고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또 “KT 전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진 선수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느꼈다”고 그간의 노고를 격려했다. 이에 진 선수는 “런던으로 출국할 때 회장님께서 금메달을 따오라는 부담을 안 줘 정말 고맙다. 그래서 한발 한발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KT는 스포츠 마케팅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헌 활동의 일부로 보고 1980년대부터 비인기 종목인 사격과 하키를 집중 육성해왔다. 1984년과 1985년에 각각 여자하키, 사격선수단을 창단한 KT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선수단의 역량 향상을 위해 꾸준히 지원했다. KT의 후원에 힘입어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 50m 소총복사에서 이은철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여자하키선수단도 각종 국내·국제대회에 출전해 한국을 대표하는 아마추어 선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여자하키선수들은 한국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아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선전을 펼쳤다. KT는 2001년부터 12년째 대한축구협회와 축구 국가대표팀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연간 34억원 규모로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특히 국가대표 훈련 유니폼에 KT의 로고가 박혀있어 훈련 모습이 뉴스를 통해 나올 때마다 브랜드 노출효과를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 KT는 인기종목뿐 아니라 비인기 종목도 열심히 지원해 젊은 선수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