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전통의 가업(家業)을 함께 물려받은 형제 경영인들이 상표를 놓고 분쟁을 벌이다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문제가 된 상표는 107년 역사를 지닌 몽고간장. 1905년 일본인이 세운 양조회사를 해방 후 인수한 창업주가 1971년 사망한 뒤 두 아들 중 형인 A씨는 영·호남 및 제주 지역에서 ‘마산몽고간장’(현 몽고식품)이라는 상호로, 동생 B씨는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지역에서 ‘서울몽고간장’(현 몽고장유)이라는 상호로 각각 몽고간장을 제조·판매해 왔다.

1970년대 중반부터 상표 ‘몽고간장’을 공동 사용했던 이들은 1985년 B씨가 몽고간장 상표 사용을 보장받고, 상표 ‘몽고순간장’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2001년부터 몽고순간장 상표는 A씨와 B씨 형제가 공동상표권자로 등록돼 있는 상태다.

그런데 A씨가 운영하는 몽고식품은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에 B씨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몽고식품에서 생산하는 상품 몽고순간장의 상표와 글씨 색깔이 유사한 상표를 2007년부터 B씨가 사용하고 있는 상황을 막아달라는 취지였다.

초록색 상표 바탕에 흰색 글씨로 ‘몽고’와 ‘간장’이 적혀 있고, 중간에 붉은색으로 ‘순’자가 적혀 있는 몽고식품 상표의 색깔 배합을 B씨가 그대로 본따 사용한 결과 소비자들이 혼동을 겪는다는 게 몽고식품 측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성낙송)는 형제 간 상표 분쟁에서 기각 결정을 내려 동생 B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몽고간장’이나 ‘몽고순간장’ 자체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상표임이 인정되나, 몽고식품의 몽고순간장 상표까지 일반 수요자들에게 특정한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몽고식품은 현재의 몽고순간장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1990년대 초반부터 사용했고, 현재 상표를 2007년 말부터 이용해온 점은 소명된다”고 봤지만 몽고식품의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2010년 기준 국내 순간장 전체 매출 30억여원 중 몽고식품의 몽고순간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억원대다.

이들 형제는 B씨가 2011년 말부터 부산 호남 경남 지역 등에서 몽고진간장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갈등을 겪다 결국 가처분 신청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몽고식품은 경남의 대표적인 향토 기업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수 기업으로 꼽힌다.

한편 몽고식품이 서울고법에 항고하지 않기로 결정해 분쟁은 마무리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