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가구업체인 스웨덴의 이케아가 호텔체인 사업에 뛰어든다. 최근 유럽에서 재정위기 여파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관광객을 상대로 한 저가 호텔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본업인 가구 유통업을 넘어 이미 식품과 주류 사업까지 문어발 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이케아가 호텔 사업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럽서 저가 호텔 100곳 운영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이케아가 올해 안에 저가 호텔 건축과 운영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케아는 유럽 전역에 약 100곳의 호텔을 지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호텔체인은 이케아가 직접 운영하지는 않는다. 호텔 운영 전문 사업자에게 운영권을 주고 투자만 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케아는 호텔 사업에 90억유로(약 12조5700억원)를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케아는 몇 주 안에 첫 호텔 개장 지역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이케아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영국 네덜란드 폴란드 등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케아의 부동산 사업부문 책임자 헤럴드 뮐러는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가장 경제 상황이 좋은 독일이 첫 사업지로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케아가 저가 호텔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최근 유럽에서 저가 호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 관광객들이 재정위기 탓에 여행 비용을 줄이면서 저가 호텔을 찾는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저가 숙박체인의 대표주자 격인 모텔원은 독일 내에서 39개의 호텔을 운영 중이다. 모텔원은 스코틀랜드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케아는 숙박시설뿐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레지던스 사업도 동시에 시작할 계획이다. 이케아 관계자는 “학생들을 겨냥한 사업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잡식성 이케아, 사업 확장 어디까지?

이케아는 호텔 사업 진출을 통해 기존에 시작한 다양한 사업부문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케아는 2006년 식품사업 부문인 이케아푸드서비스를 설립해 음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식품 제조 및 유통 사업을 비롯해 가구 매장 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 안에서 레스토랑 영업을 하는 것이 가구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케아는 지난해 식품사업 부문에서 13억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이케아 전체 매출의 약 5.2%에 해당한다. 이케아는 올 6월 자체 설계한 스마트TV를 출시하면서 가전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달에는 주류 사업에도 손을 뻗쳤다. 스웨덴의 한 양조업체에 위탁해 자체 브랜드 맥주를 내놨다. 이 맥주는 이케아 매장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판매된다. 현재 영국 내 이케아 매장에서 시범판매 중이고 향후 전 세계 325곳의 이케아 매장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가구와 식품 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케아가 호텔과 레지던스를 운영할 경우 자사 식품사업 부문을 통해 식품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FT는 “기업공개에 소극적이던 이케아가 사업 확장에는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1943년 설립된 이케아는 소비자가 가구 반제품을 구입해 스스로 조립하는 DIY 가구로 유명한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약 252억유로를 기록했다. 이케아의 브랜드 가치는 90억유로로 추정된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