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영관 사장 "도레이는 '기술집약 외투기업'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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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경제인대상' 수상… 소재부품 수입대체·역수출 "효과 두배"
"도레이는 미래형 소재인 탄소섬유를 이미 40여년 전에 개발했습니다. 소재부품 분야 일본의 강점을 단적으로 보여주죠. 우리가 단시간에 일본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게 정답이에요. 수입대체 효과를 넘어 일본에 역수출까지 하고 있는 도레이첨단소재(주)가 그 롤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16~18일 대구 계명대에서 열린 한일경제경영국제학술대회의 '한일경제인대상' 을 받은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사장(65·사진 왼쪽)은 우수 외투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술집약적 외투기업 유치가 무역 역조 극복과 국가 간 산업협력의 실질적 방안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지만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우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자는 것이다. 특히 이 사장은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의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적극 유치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이 사장 스스로의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모기업과의 신뢰 관계에 바탕을 둔 '자율경영' 체제로 운영된다. 일본계 기업이지만 일본에서 수입하던 소재를 대체해 삼성·LG 계열사에 공급하고, 일본에 연간 약 1억 5000만 달러어치를 역수출 하고 있다. 외투기업의 성공적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이 사장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한 한일경제인대상 심사위원회는 "도레이첨단소재의 성공은 모기업과 자회사가 장기적 시야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윈윈(Win-Win) 전략을 추구해 온 결과" 라며 "이 같은 외투기업이 더 많이 나타나면 한일 경제관계는 획기적 전환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도레이첨단소재의 전신은 삼성그룹 제일합섬이다. 지난 1995년 삼성에서 계열 분리돼 새한그룹이 됐고, 1999년 도레이가 인수해 도레이새한(주)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2010년에 지금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이 사장은 회사의 살아 있는 역사나 다름없는 인물. 1972년 설립된 제일합섬이 경북 구미에 공장을 짓고 본격 가동된 것은 이듬해인 1973년이다. 이 사장은 이때 제일합섬에 입사해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근속 중이다. 1999년 도레이가 인수하면서 초대 대표이사에 올라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사장은 회사의 성공 비결로 도레이 본사와의 인연과 끈끈한 믿음을 꼽았다. 그는 "원래 제일합섬도 삼성이 60%, 도레이가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종의 합작회사였다" 며 "그때부터 도레이 소속 사람들이 제일합섬에 나와 있었는데, 긴 인연의 시작이었던 셈" 이라고 귀띔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신뢰 관계가 쌓이다 보니 기술이전 등 지속적 투자와 함께 수익 창출 과정에서도 본사의 인내가 뒤따랐다. 탄소섬유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장은 "도레이가 탄소섬유를 개발한 지 40여년이 됐지만 그간 끊임없는 품질 개선을 거쳐 흑자를 낸 것은 6~7년 됐다" 며 "적자를 내면서도 30년 넘게 지켜온 인내와 끈기가 오늘날의 핵심 소재를 개발할 수 있게 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명품 첨단제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실패를 참아주는 회사의 분위기가 빚어낸 것" 이라며 "특히 일본의 국민성과 소재부품 산업의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어 "이런 우수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들에게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줘 국내에 유치하는 것이 한일 격차를 줄이는 좋은 방법" 이라고 설파했다.
그렇잖아도 대일 무역 역조의 약 80%를 차지하는 소재부품 분야다. 일본 기업 유치에 성공하면 수입대체에 일본 역수출까지 '일석이조' 가 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효과에 힘입어 도레이첨단소재는 꾸준한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매출액 4325억원에서 2010년 1조 1361억원으로 늘어났다. 국내 10여개에 불과한 '1조원 클럽 외투기업' 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2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지역 고용창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비전 2020' 을 수립해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노리고 있다. 탄소섬유와 태양광 소재, IT 소재, 수처리 작업 등 10개 아이템 개발에 2조 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R&D 비용을 현재 전체 매출액의 1%에서 3% 수준까지 늘리는 것을 비롯해 구미 연구소 2배 확장과 서울 첨단재료연구센터 인력 확보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성공가도를 달려온 이 사장의 좌우명은 근본을 되돌아보는 의미를 담은 '천지만물중화본야(天地萬物中和本也)' 다. 모든 일의 근원은 사람이며 기업 경영에도 사람 간의 조화와 소통,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자의 덕목으로 미리 시장 상황을 보는 선견력(先見力)과 일의 선후·장단을 가려낼 줄 아는 밸런스 감각, 그리고 리더십을 꼽았다. 이 사장은 "경영자가 선견력과 밸런스 감각을 갖고 있다 해도 리더십이 없으면 안 된다" 며 "결국 리더십의 원천은 인화(人和)에서 비롯되는 것" 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구=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도레이는 미래형 소재인 탄소섬유를 이미 40여년 전에 개발했습니다. 소재부품 분야 일본의 강점을 단적으로 보여주죠. 우리가 단시간에 일본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게 정답이에요. 수입대체 효과를 넘어 일본에 역수출까지 하고 있는 도레이첨단소재(주)가 그 롤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16~18일 대구 계명대에서 열린 한일경제경영국제학술대회의 '한일경제인대상' 을 받은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사장(65·사진 왼쪽)은 우수 외투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술집약적 외투기업 유치가 무역 역조 극복과 국가 간 산업협력의 실질적 방안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지만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우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자는 것이다. 특히 이 사장은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의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적극 유치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이 사장 스스로의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모기업과의 신뢰 관계에 바탕을 둔 '자율경영' 체제로 운영된다. 일본계 기업이지만 일본에서 수입하던 소재를 대체해 삼성·LG 계열사에 공급하고, 일본에 연간 약 1억 5000만 달러어치를 역수출 하고 있다. 외투기업의 성공적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이 사장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한 한일경제인대상 심사위원회는 "도레이첨단소재의 성공은 모기업과 자회사가 장기적 시야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윈윈(Win-Win) 전략을 추구해 온 결과" 라며 "이 같은 외투기업이 더 많이 나타나면 한일 경제관계는 획기적 전환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도레이첨단소재의 전신은 삼성그룹 제일합섬이다. 지난 1995년 삼성에서 계열 분리돼 새한그룹이 됐고, 1999년 도레이가 인수해 도레이새한(주)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2010년에 지금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이 사장은 회사의 살아 있는 역사나 다름없는 인물. 1972년 설립된 제일합섬이 경북 구미에 공장을 짓고 본격 가동된 것은 이듬해인 1973년이다. 이 사장은 이때 제일합섬에 입사해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근속 중이다. 1999년 도레이가 인수하면서 초대 대표이사에 올라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사장은 회사의 성공 비결로 도레이 본사와의 인연과 끈끈한 믿음을 꼽았다. 그는 "원래 제일합섬도 삼성이 60%, 도레이가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종의 합작회사였다" 며 "그때부터 도레이 소속 사람들이 제일합섬에 나와 있었는데, 긴 인연의 시작이었던 셈" 이라고 귀띔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신뢰 관계가 쌓이다 보니 기술이전 등 지속적 투자와 함께 수익 창출 과정에서도 본사의 인내가 뒤따랐다. 탄소섬유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장은 "도레이가 탄소섬유를 개발한 지 40여년이 됐지만 그간 끊임없는 품질 개선을 거쳐 흑자를 낸 것은 6~7년 됐다" 며 "적자를 내면서도 30년 넘게 지켜온 인내와 끈기가 오늘날의 핵심 소재를 개발할 수 있게 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명품 첨단제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실패를 참아주는 회사의 분위기가 빚어낸 것" 이라며 "특히 일본의 국민성과 소재부품 산업의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어 "이런 우수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들에게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줘 국내에 유치하는 것이 한일 격차를 줄이는 좋은 방법" 이라고 설파했다.
그렇잖아도 대일 무역 역조의 약 80%를 차지하는 소재부품 분야다. 일본 기업 유치에 성공하면 수입대체에 일본 역수출까지 '일석이조' 가 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효과에 힘입어 도레이첨단소재는 꾸준한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매출액 4325억원에서 2010년 1조 1361억원으로 늘어났다. 국내 10여개에 불과한 '1조원 클럽 외투기업' 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2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지역 고용창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비전 2020' 을 수립해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노리고 있다. 탄소섬유와 태양광 소재, IT 소재, 수처리 작업 등 10개 아이템 개발에 2조 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R&D 비용을 현재 전체 매출액의 1%에서 3% 수준까지 늘리는 것을 비롯해 구미 연구소 2배 확장과 서울 첨단재료연구센터 인력 확보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성공가도를 달려온 이 사장의 좌우명은 근본을 되돌아보는 의미를 담은 '천지만물중화본야(天地萬物中和本也)' 다. 모든 일의 근원은 사람이며 기업 경영에도 사람 간의 조화와 소통,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자의 덕목으로 미리 시장 상황을 보는 선견력(先見力)과 일의 선후·장단을 가려낼 줄 아는 밸런스 감각, 그리고 리더십을 꼽았다. 이 사장은 "경영자가 선견력과 밸런스 감각을 갖고 있다 해도 리더십이 없으면 안 된다" 며 "결국 리더십의 원천은 인화(人和)에서 비롯되는 것" 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구=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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